테슬라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이 국내 도입 100일 만에 누적 주행거리 800만km를 돌파했다. 이용 가능 차량이 수백~수천 대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테슬라 본사와 업계 모두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3일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국 테슬라 오너들의 감독형 FSD 누적 주행거리가 놀랍게도 약 100일 만에 800만km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국내 정식 출시 후 한 달 만에 100만km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두 달여 만에 추가로 700만km를 더 쌓은 셈이다. 초기 월 100만km 수준이던 이용 속도가 최근 월 350만km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라섰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FSD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미국산 4세대 하드웨어(HW4)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로 한정돼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FSD 가용 차량은 수천 대 수준으로, 이들이 차량 1대당 평균 최소 2,600km 이상을 FSD로 달린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모델S를 중고로 구매한 한 오너는 FSD 활성화 이후 전체 주행 거리의 97%를 감독형 FSD로 주행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수치가 단순한 마케팅 수치로만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개발 방식에 있다. 테슬라는 전 세계 차량이 실제 도로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AI에 반복 학습시키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로 FSD 성능을 끌어올린다. 좁은 골목, 불규칙한 교차로, 빈번한 끼어들기 등 난이도가 높은 국내 도로 환경은 테슬라 입장에서 질 높은 학습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무대가 된다. 테슬라 본사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1월 공개한 2025년 4분기 투자자 IR 자료에 한국 FSD 출시와 첫 달 100만km 달성 실적을 별도로 명기했으며, 3분기 자료에서는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꼽기도 했다.
현재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 버전은 FSD v14.1.4다. 국내에서는 미국산 HW4 기반 모델S·X에만 감독형 FSD가 허용되며, 중국 기가팡에서 생산돼 국내 판매 중인 모델3·Y는 유럽 안전 기준 적용 문제로 현재 FSD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차로변경 지원 관련 국제기준(DCAS·UN R171)이 2025년 9월 발효된 데 따라 국내 기준 도입을 위한 제도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모델3·Y 적용 시기는 2027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그 이후다. 국내 테슬라 누적 판매 대수는 수십만 대에 달하며, 이 중 모델3·Y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차량에 FSD가 개방되는 순간 국내 감독형 FSD 주행 데이터는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동일한 기술을 국내 생산 차량에 적용할 경우 별도의 국내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하는 규제 비대칭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테슬라·캐딜락 등 미국 브랜드는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인증만으로 국내 판매가 가능한 반면, 국내 업체는 자국 도로에서 자국 차로 같은 기술을 구현하려면 더 긴 시간과 비용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