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도심항공교통(UAM) 기업 릴리움이 재차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2억 유로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발표하며 회생의 길을 열었던 릴리움이 자금 수급 지연으로 인해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경제주간지 ‘비르차프츠보헤’의 보도에 따르면, 릴리움 경영진은 지난주 말 직원 급여 지급이 가능할 때까지 기업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주인 프랑크 텔렌은 “임대료, 공급업체 대금, 급여 등으로 매달 1천만 유로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텔렌을 비롯한 크리스티안 레버, 얀 베커스, 니클라스 젠스트룀 등 기업인들은 1월 초 릴리움에 500만 유로를 긴급 지원했으나, 이는 한 달 운영비도 채우지 못하는 규모다. 회사는 주요 투자자인 슬로바키아 배터리 제조사 이노뱃의 설립자 마리안 보첵으로부터 1억 5천만 유로의 투자금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13일까지도 자금이 도착하지 않으면서, 경영진은 온라인 직원 회의를 통해 거래 진전이 없을 경우 다시 파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첵은 독일 일간지 ‘빌트’를 통해 “구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계약 체결 직후 첫 자금이 입금됐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상황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매체 ‘그륀더체네’와의 인터뷰에서 “신뢰가 너무 많이 훼손됐다”며 “상당수 직원들이 이미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릴리움이 아직 유인 비행 성공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던 독일의 UAM 산업은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다. 경쟁사인 볼로콥터도 파산 상태이며, 에어버스는 바이에른 주의 UAM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반면 중국의 이항은 이미 자율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미국의 아처는 최근 몇 주 만에 7억 3천만 달러의 벤처 투자를 유치하는 등 해외 업체들이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