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겨냥한 도발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실망한 테슬라 오너들을 타깃으로 한 이 캠페인은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스크가 미쳐서 이 차를 샀다
기아 노르웨이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로운 전기 크로스오버 ‘EV3’ 사진을 올렸는데, 범퍼에 “머스크가 미쳐서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After Elon Went Crazy)”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는 머스크의 행동에 실망한 테슬라 오너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 스티커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마케팅 전략은 머스크의 최근 정치적 행보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불만을 가진 테슬라 소유자들을 겨냥해, 기아의 전기차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도로 보인다.
예상대로 이 광고는 테슬라 팬들과 주주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테슬라 투자자로 알려진 소여 메릿(Sawyer Merritt)은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기아 노르웨이의 이런 행보가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 게시물이 잠재적 고객들을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이들은 기아 전기차가 자체 장점보다는 머스크에 대한 항의 표시로만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월 말에 공유된 이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논란이 확산되자 3월 10일 조용히 삭제되었다.
핀란드에서도 이어진 머스크 겨냥 마케팅
기아의 머스크 겨냥 마케팅은 노르웨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3월 7일,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은 기아 EV4 세단의 전면 광고를 실었는데, “Voi näitä Elon päiviä”라는 헤드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핀란드어 표현 “Voi näitä ilon päiviä”(오, 이 기쁨의 날들이여)에서 ‘기쁨’을 뜻하는 ‘ilon’을 ‘Elon'(일론)으로 바꾼 언어유희로, 머스크를 향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이미지 추락과 실적 하락
머스크의 논란은 그의 극우 성향 정치 행보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지출 삭감 이니셔티브인 ‘정부 효율성 부서'(DOGE)에서의 역할, 그로 인한 대규모 해고 사태로까지 확산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테슬라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1월 유럽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유럽 전기차 시장 전체가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 주가 역시 2024년 12월 17일 $479.86 정점에서 2025년 3월 10일 $248.33으로 하락해, 2024년 11월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런던에서는 ‘나치차를 사지 마세요(Don’t Buy A Swasticar)’ 캠페인이 등장하는 등 머스크를 겨냥한 비판이 여러 국가에서 이어지고 있어,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