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생방송으로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서 ‘마스터플랜 4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현재 2단계 계획조차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테슬라의 ‘마스터플랜’은 2006년 처음 공개되어 회사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당시 발표된 1단계 계획은 ▲스포츠카 제작 ▲그 수익으로 합리적 가격의 차량 개발 ▲더 저렴한 대중차 출시 ▲제로 배출 전력 생산 옵션 제공이라는 네 가지 목표를 담고 있었다.
이 계획은 로드스터, 모델 S, 모델 3 출시와 솔라시티 인수를 통해 모두 달성됐다. 2006년 당시 단 한 대의 차량도 판매하지 않았던 테슬라가 지금은 자동차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발표된 ‘마스터플랜 2단계’는 ▲배터리 저장장치와 완벽하게 통합된 태양광 지붕 개발 ▲모든 주요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제품군 확장 ▲대규모 데이터 학습을 통해 수동 운전보다 10배 안전한 자율주행 개발 ▲차량 미사용 시 수익 창출 기능 제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2단계 계획은 1단계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태양광 지붕 사업은 당초 약속했던 네 가지 디자인이 아닌 단일 디자인으로 축소됐고, 배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제품군 확장 측면에서는 모델 Y, 사이버트럭, 테슬라 세미를 출시했지만, 세미는 아직 대량 생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약속했던 ‘고밀도 도시 교통수단’도 로보밴 개념만 공개된 상태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테슬라의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오토파일럿은 인간 운전자보다 약 5배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는 목표했던 10배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한 차량 소유자가 자율주행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테슬라 네트워크’는 전혀 구현되지 않았다.
2023년 발표된 ‘마스터플랜 3단계’는 이전과 달리 40페이지 분량의 백서 형태로, 전 세계가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과 기술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기후 변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낙관적이고 전기차 기업으로서 자사에 유리한 계산이지만,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머스크는 2, 3단계 계획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난해 6월 ‘마스터플랜 4단계’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타운홀 미팅에서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 인간형 로봇, 태양광 및 배터리 저장장치를 결합해 모든 이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제공하는 것이 4단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그가 “1, 2단계 계획이 완료됐다”고 언급한 것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이는 그가 회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머스크는 인간형 로봇이 테슬라의 시가총액에 20~30조 달러의 가치를 더할 것이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두 대의 개인 로봇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인간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일반 지능(AGI)이 올해 등장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가 세계 최초로 AGI를 개발하고, 인간형 로봇을 대규모로 생산하여 전 세계적으로 보급한다는 것으로, 머스크의 과도한 약속과 테슬라의 최근 실적 부진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타운홀 미팅과 ‘마스터플랜 4단계’ 언급이 머스크의 반지속가능성 활동과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는 테슬라 판매량과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