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가 사용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해 새 배터리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경제 구축에 나섰다. 회사는 이 혁신적 프로젝트를 통해 2031년부터 강화되는 EU의 배터리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포르쉐가 개발 중인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블랙 매스(Black Mass)’ 공정을 핵심으로 한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고도의 기계적 처리를 통해 분쇄하면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귀중한 광물이 포함된 검은색 분말 형태의 혼합물이 생성된다. 이미 시범 단계에서 65톤의 블랙 매스를 확보했으며, 이는 수천 대의 전기차를 위한 새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포르쉐 연구진은 현재 블랙 매스에서 개별 광물을 초고순도로 분리하는 정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추출된 원료의 순도가 신규 채굴 광물과 동등한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포르쉐는 자체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전문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연구의 마지막 단계는 추출된 재활용 소재로 실제 배터리를 제작해 포르쉐 차량에 적용하는 실증이다. 회사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닌, 폐기물을 고품질 제품으로 되살리는 진정한 업사이클링”이라며 전기차 시대의 자원 선순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보호와 비즈니스 회복력을 동시에 강화하고자 합니다.” 포르쉐의 바바라 프렌켈 조달 담당 이사는 “불안정한 글로벌 원자재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포르쉐는 외부 배터리 공급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 역량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독일 바르타(Varta) 인수에 이어, 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사일립(Cylib)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사일립은 최근 배터리 재활용 전용 시설 건설을 시작했으며,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베바스토(Webasto)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포르쉐의 이 같은 행보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배터리 순환경제 체계 구축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2031년부터 EU에서 시행될 새로운 배터리 규제는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원료 함량과 탄소발자국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포르쉐의 선제적 대응이 귀추를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