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전기 G 클래스, 기대 이하 판매 부진… 벤츠의 ‘작은 G’ 전략도 흔들리나

전통적인 오프로더로 인기를 누려온 벤츠 G 클래스가 전기차 전환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전기 모델 ‘G580 with EQ Technology’는 글로벌 누적 판매 1,450대에 그치며 내부에서도 ‘총체적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내연기관 G 클래스는 같은 기간 동안 약 9,700대가 판매되며 여전히 탄탄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서 1,450대… 전기차 주요 시장에서도 외면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Dataforce)와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2025년 4월 말 기준 G580의 글로벌 누적 판매는 1,450대. 중국에선 58대, 한국은 61대가 팔렸고, 미국에선 단 한 대도 인도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G 클래스 내연기관 모델은 약 7배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츠 내부 관계자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딜러들이 재고에 묶여 곤란을 겪고 있다”며 “시장 반응은 처참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전기 G는 틈새 상품으로, 기대했던 수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구조·무게 한계에 상품성 부족

전문가들은 이번 부진의 원인을 단순한 EV 시장 둔화뿐 아니라, 제품 설계 자체의 한계로 보고 있다. G580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 모델의 섀시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 전기차 특유의 넓은 실내 공간이나 경량화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

무게도 큰 약점이다. 강철 사다리 프레임이 350kg, 배터리 보호용 언더플레이트만 58kg에 달한다. 여기에 116kWh 배터리가 추가되며 차량 총중량은 3.1톤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적재용량은 고작 415kg, 트레일러 히치도 부재, 공기 저항과 중량으로 WLTP 기준 주행거리는 473km에 불과하다. 출고가는 약 15만 유로(한화 약 2억 3,564만 원)부터 시작해 가격 대비 상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작은 G 클래스’ 계획도 흔들

벤츠는 2027년 출시 예정인 소형 G 클래스(일명 ‘g-Class’)를 전기차 전용 모델로 출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전기 G 클래스의 부진이 이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에선 가솔린 엔진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엔지니어는 “전면부만 재설계하면 가솔린 버전 생산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소형 G 클래스는 CLA 등에 적용된 MMA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되, 일부는 중대형용 전동화 플랫폼 MB.EA 기술도 접목될 예정이다. 벤츠는 앞으로 고정된 플랫폼 개념에서 벗어나, 모듈화된 기술 조합을 통한 유연한 개발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통의 아이콘 G 클래스의 전기차 전환이 순탄치 않으면서, 벤츠의 전동화 전략 전반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리미엄 EV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고객층이 가격 대비 가치를 더 엄격히 따지기 시작한 현시점에서, 단순한 전동화가 아닌 설계·플랫폼 단계부터 EV에 최적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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