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개 예정인 전기 포르쉐 카이엔이 정식 데뷔 전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위장막을 두른 전기 카이엔이 영국의 전통적인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셸슬리 월시 힐클라임(Shelsley Walsh Hill Climb)에 등장해 SUV 부문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주말 열린 대회에서 카이엔 EV는 포르쉐 포뮬러 E 개발 드라이버 가브리엘라 질코바(Gabriela Jilkova)의 손에 이끌려 914m(약 1,000야드) 코스를 단 31.28초 만에 돌파했다.
이 기록은 이전 SUV 최고 기록을 보유했던 벤틀리 벤테이가 W12보다 무려 4초 빠른 기록이며, 전기차 중에서도 가장 빠른 타이칸 터보 S보다 근소하게 앞섰다. 타이칸은 같은 코스를 31.43초에 주파했다.
현장 아나운서는 “저 큰 차가 저렇게 날쌔게 올라간다니… 정말 특별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식 출시 전인데도 이미 ‘완성형 성능’
전기 카이엔은 아직 양산형 모델이 아니지만, 이번 기록은 포르쉐가 전동화 SUV의 성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스포츠 세단보다 빠른 SUV는 흔치 않다.
카이엔 EV는 새로운 마칸 EV와 마찬가지로 폭스바겐 그룹의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기존 내연기관 카이엔과 함께 2030년대까지 병행 판매될 예정이다.
당초 포르쉐는 카이엔도 마칸처럼 전기차 전용 모델로만 출시하려 했으나, 최근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략을 조정했다.
포르쉐, 전기 SUV 라인업 확대 예고
이번 전기 카이엔 외에도, 포르쉐는 대형 7인승 SUV ‘K1(개발 코드명)’도 준비 중이다. 이 모델은 향후 포르쉐 SUV 라인업의 플래그십이 될 전망으로, 2030년대 초 출시가 예상된다.
카이엔 EV가 기록을 세운 셸슬리 월시 힐클라임은 1905년부터 같은 코스를 사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스포츠 경기장으로, 현재는 2025 영국 힐클라임 챔피언십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다.
정숙한 전기차가 전통 깊은 모터스포츠 경기장에서 내연기관을 제친 순간은, 단지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포르쉐의 미래가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