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 S는 공간성과 성능 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특히 1세대 모델 S는 1만 달러(약 1,35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가성비가 높다. 다만, 문제는 고전압 배터리의 수명이다. 배터리 교체 비용은 테슬라 정품 리퍼비시 기준 2만 달러에 달해 차량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러나 최근 배터리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고 주행 성능까지 향상시킨 사례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구형 테슬라에 신형 100kWh 배터리 탑재
미국 유튜브 채널 ‘Out of Spec Renew’의 운영자 알렉스는 2015년식 테슬라 모델 S 70D에 100kWh 배터리를 이식했다. 기존에 장착됐던 70kWh 배터리는 25만 마일(약 40만km) 주행 후 교체된 적이 있었지만, 동일 용량의 모델이었다.
알렉스는 사고 차량에서 적출한 2022년 제조의 100kWh 배터리 팩을 입수해, 이를 10년 된 자신의 차량에 장착했다. 차량 리프트와 고전압 커넥터 링 등 일부 부품이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테슬라 차량 구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됐다.
시스템 오류, 펌웨어 충돌… 숙련자 아닌 경우 난이도 높아
배터리를 장착한 직후, 차량은 다수의 오류 메시지를 표시했다. 이는 배터리 팩과 차량 간 소프트웨어 버전 불일치로 인한 것으로, 몇 차례에 걸친 소프트웨어 재설치와 차량 설정 변경을 통해 해결됐다.
특히 퍼포먼스 모델이 아닌 것으로 차량을 인식시키는 ‘우회 방식’을 적용한 뒤 오류가 사라졌으며, 이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주행거리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주행 가능 거리 300마일 이상 기대… “10년 된 EV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2015년식 테슬라 모델 S 70D의 공인 주행거리는 약 240마일(386km)이었으며, 사용된 배터리의 수명을 고려하면 실주행거리는 이보다 훨씬 짧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로 이식된 100kWh 배터리는 2019년형 기준 335마일(539km)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이번에 사용된 배터리는 2022년 제조로 실제 성능 저하가 거의 없기 때문에, 300마일(약 480km) 이상의 실주행거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외에도 배터리 업그레이드 움직임 확대
이와 유사한 방식은 최근 닛산 리프(Nissan Leaf)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노후 전기차의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신차급 성능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슬라 모델 S처럼 모듈식 구조를 갖춘 전기차에서는 이런 배터리 업그레이드가 향후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