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AMG답게” – 메르세데스-AMG, GT XX 콘셉트로 고성능 EV 비전 제시

메르세데스-AMG가 전동화 시대를 겨냥한 첫 고성능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GT XX 콘셉트’로 명명된 이 차량은 단순한 디자인 스터디를 넘어, AMG가 어떻게 전기 파워트레인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것인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GT XX는 최고 출력 1,340마력, 최고 속도 시속 360km라는 놀라운 수치를 제시한다. 이는 전통적인 슈퍼카를 능가하는 성능으로, AMG가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성능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콘셉트카의 핵심은 단순한 가속력에 머물지 않는다. 세 개의 고성능 전기모터와 직접 냉각되는 원통형 배터리 셀이 결합된 동력 시스템은 반복적인 트랙 주행에도 일관된 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MG는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를 강조하며, 전기차 특유의 열 관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흥미로운 부분은 ‘사운드’다. 전기차는 본래 조용함이 장점이지만, AMG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GT XX에는 외부 스피커를 통해 가상의 엔진음을 구현하는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운전자는 패들 시프트를 통해 ‘변속감’까지 경험할 수 있어, 전통적 드라이빙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AMG 수장 미하엘 쉬베는 “우리 고객은 단순히 빠른 차가 아닌, 감정을 자극하는 차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전기 파워트레인을 경험한 한 임원의 말을 전하며, “이건 우리가 만든 최고의 V8 같다”고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엔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AMG 특유의 감성적 주행 경험을 구현했다는 자신감이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AMG의 상징이던 V8을 버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한 신형 C 63은 큰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GT XX가 실제 양산 모델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그 사이 AMG는 차세대 V8 엔진 개발도 계속될 예정이다.

GT XX 콘셉트는 AMG가 고성능 전기차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보여주는 시작점이다. 조용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 아닌, 여전히 ‘감성’과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이 전기 시대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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