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전기 픽업 꿈꿨던 스타트업, 트럼프 행정부 새 법안에 발목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야심 차게 선보였던 ‘2만 달러 이하 전기 픽업트럭’ 계획이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통과시킨 새로운 예산 법안, 일명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 때문이다. 이 법안에는 연방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포함돼 있어, 슬레이트가 약속한 초저가 EV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슬레이트는 단순하고 확장 가능한 구조를 내세워, “세금 공제 후 2만 달러 이하”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전기 픽업을 출시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최근 이 문구는 회사 웹사이트에서 조용히 삭제됐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새로운 법안으로 연방 세금 공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는 여전히 배터리 비용 탓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편이다. 슬레이트는 이를 뒤집기 위해 철저한 ‘미니멀리즘’을 선택했다. 기본 모델은 회색 단일 색상에 좌석 두 개, 평평한 적재함, 스티어링 휠, 배터리 상태와 충전 정보를 보여주는 간단한 계기판만 갖췄다. 나머지 기능은 모두 옵션이다. 창문, 인포테인먼트, 컵홀더, 스피커까지 모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사용자는 루프 패널을 덧대 SUV나 패스트백 형태로 변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옵션 가격이나 최종 비용 상한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콘셉트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슬레이트는 공개 후 2주 만에 사전예약 10만 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최소화된 설계 덕분에 슬레이트가 여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연방 보조금이라는 가장 강력한 가격 무기가 사라지면서, 소비자 설득은 훨씬 어려워졌다.

특히 테슬라를 포함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3만 달러 이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슬레이트는 이제 ‘최소 구성의 전기 픽업’이라는 콘셉트가 실질적인 구매 매력으로 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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