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캘리포니아 로스트 힐스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슈퍼차저 충전소 ‘프로젝트 오아시스’를 개장했다. 현재 84개의 충전기가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총 168기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 충전소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은 완전 자립형 태양광 충전소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 오아시스는 100% 태양광으로만 운영되며, 주차장 지붕 전체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인근에는 별도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도 마련됐다. 이들이 하루 동안 생산하는 전력은 약 11메가와트. 이 에너지는 10개의 ‘메가팩’ 배터리에 저장되며, 총 저장 용량은 39메가와트시(MWh)에 달한다.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 수요를 감안하면 수백 회의 충전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이 충전소가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직전에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연방정부가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공개된 이 충전소는, 민간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탈화석연료 기반 충전 인프라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또한, 이 충전소는 단순한 규모만이 아니라 효율적인 시공 속도에서도 주목받는다. 착공 후 불과 8개월 만에 첫 단계 운영에 들어갔으며, 이는 업계 평균 대비 매우 빠른 진행이다. 미국 내 다른 충전소들은 허가 및 인프라 연결 문제로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공식적으로는 그리드(기존 전력망)와 단절된 구조이지만, 현장을 방문한 일부 테슬라 오너들은 약 1.5메가와트의 소규모 전력망 연결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자체 발전량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으로, 실질적인 전력 공급은 태양광과 메가팩 저장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
이 충전소에는 트레일러를 분리하지 않고도 충전할 수 있는 ‘풀스루’ 방식의 주차 공간도 10여 개 마련돼, 장거리 운전자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주차의 편의성과 공간 효율을 모두 고려한 설계다.
미국 내 기존 최대 충전소는 바스토우에 위치한 120기 규모의 슈퍼차저였으며, 프로젝트 오아시스는 이를 넘어설 예정이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전역에 약 2,700곳 이상의 슈퍼차저 지점을 운영 중이며, 전체 충전기 수는 3만 2,000기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부서 인원 감축을 계기로 확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초대형 충전소 개장은 테슬라가 여전히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충전 불편과 이른바 ‘주행거리 불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대규모 충전소와 자립형 에너지 시스템의 확산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오아시스는 그 가능성을 실현한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