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EV, 구매 대기자 6만 4천명 돌파

레인지로버가 올해 브랜드 역사상 첫 번째 전기 모델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제조사들이 많은 가운데, 레인지로버는 자신만의 접근법으로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사이먼 페어브러더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프로그램 책임자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 무엇보다 레인지로버다운 모습을 유지해달라는 압도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기존 특성을 바꾸지 않고 더 나은 차로 만들어달라는 것이 핵심이었고, 우리는 완벽하게 구현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레인지로버의 전동화 전략은 같은 코벤트리 소재 재규어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재규어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선 반면, 레인지로버 전기차는 완전히 다른 철학을 추구한다. 번호판의 녹색 표시가 아니라면 전기차인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기존 디자인을 고수했다.

기술적으로는 76% 알루미늄 소재 MLA 플랫폼을 기반으로 800V 전자 아키텍처와 118kWh 대용량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했다. 전후축에 각각 하나씩 배치된 모터는 동일한 출력으로 균등한 동력 분배를 실현하며, 523마력 P530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4초에 도달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마일을 넘는다.

개발진은 성능보다 편안함과 정숙성, 오프로드 능력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바닥 배치된 배터리가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중심을 낮춰 능동형 스테빌라이저 바 없이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대신 더 부드러운 고정식 스테빌라이저를 적용해 오프로드에서 필요한 휠 아티큘레이션을 보장했다.

많은 기자들은 영국 이스트너 테스트센터에서 진행된 시승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대비 한층 뛰어난 정숙성과 승차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저속 주행에서도 미세한 진동과 소음이 효과적으로 차단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 모델은 전후축 잠금 디퍼렌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모터의 정밀한 토크 제어와 브레이크 개입을 통해 견인력을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상고는 기존 모델 대비 몇 밀리미터 낮아졌고, 도하 능력도 850mm로 가솔린 모델보다 50mm 줄어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동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더 정교한 움직임으로 오프로드 마니아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용성 면에서는 타협이 없다. 실내 바닥 돌출이나 발판 높이 변화 없이 기존과 동일한 공간을 확보했고, 트렁크 용량도 그대로 유지했다. 견인 능력은 2.5톤으로, 견인물을 고려한 주행거리 예측 기능도 갖췄다.

현재까지 6만4천 명 이상이 대기자 명단에 등록했다고 레인지로버 측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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