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미래”라던 볼보 EX90, 결국 소비자 소송까지 번졌다

전기차 시대를 대표할 볼보의 플래그십 모델로 기대를 모았던 EX90이, 출시 이후 심각한 결함과 소프트웨어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캐나다에서 차량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차를 제대로 운행할 수 없다며 제조사와 딜러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볼보 EX90는 XC90의 전기차 버전으로, 라이다 기반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과 긴 주행거리, 최신 소프트웨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출시 이후에는 “미완성 차량”이라는 평가가 쏟아졌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심각한 결함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소비자 비켄 카나지안(Vicken Kanadjian)은 지난 3월, 약 10만 달러(미화 기준)를 주고 EX90을 구입했다. 그는 “차량을 인도받은 지 사흘 만에 키가 전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에도 디지털 키, 도어 잠금장치, 공조 시스템 등에서 반복적인 오류가 발생했고, 중앙 디스플레이는 작동을 멈췄다고 주장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지난 7월, 고속도로 주행 중 차량이 갑자기 가속을 멈추고 모든 시스템이 꺼졌을 때 발생했다. 차량은 “시스템 통신 오류”를 표시하며 멈췄고, 운전자는 동력을 잃은 채 갓길에 차량을 밀어야 했다. 그는 이 상황을 “매우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나지안은 차량을 환불받기 위해 제조사인 볼보 캐나다와 해당 딜러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웹사이트 ‘MyVolvoEX90.com’에는 문제 상황과 증거 사진들이 정리되어 있으며, 캐나다 교통 당국에도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볼보 측은 “차량 교환이나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수리는 딜러십에서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카나지안은 “수개월간 수리를 반복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며 “더 이상 수리가 답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전에도 XC90을 만족스럽게 타던 볼보 고객이었다. EX90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차량의 주요 안전 장치인 전자 주행 안정장치까지 반복적으로 고장났고, 디스플레이는 화면 오류로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EX90은 볼보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PA2를 기반으로 하며, 폴스타 3 및 향후 출시 예정인 ES90과 기술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 차량 출시는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미뤄졌고, 실제 미국 시장에는 현재 약 150대가 판매 중이다.

EX90 소유자 커뮤니티와 온라인 포럼 등에서도 디지털 키 오류, 공조 시스템 문제, 오디오 장치 고장 등 다양한 결함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다만 모든 차량이 같은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문제가 해결되었으며, 만족스럽게 차량을 운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90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개선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차량의 근본적인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볼보에게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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