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지원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 인디애나서 전기 픽업 생산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 또 하나의 도전자가 등장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인디애나주 바르샤우(Warsaw)에 전기 픽업트럭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간다. 첫 모델 ‘슬레이트 트럭(Slate Truck)’은 2026년 말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이다.

폐쇄된 인쇄공장을 다시 공장으로

슬레이트 오토는 인디애나주 바르샤우에 위치한 약 13만㎡ 규모의 옛 인쇄공장 부지를 새로운 생산 기지로 선택했다. 해당 부지는 1958년 문을 연 대형 인쇄 시설로, 2023년 운영이 종료되기 전까지 약 500명이 근무하던 곳이다.

슬레이트 오토의 최고운영책임자 크리스 바먼(Chris Barman)은 “문을 닫은 기존 시설을 활용해 지역 산업을 다시 일으키고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공장에서 최대 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폐쇄 당시보다 4배 많은 수치다.

미국 전기차 업계에서는 기존 산업시설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리비안(Rivian)은 미쓰비시 공장을 개조했고, 테슬라는 제너럴모터스(GM)와 토요타의 합작사 NUMMI 공장을 최초의 기가팩토리로 탈바꿈시킨 바 있다.

사전 주문만 10만 대, 가장 저렴한 전기 픽업

슬레이트 트럭은 2025년 봄 공개 이후 몇 주 만에 10만 대 이상의 사전 예약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사전 예약금은 단 50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는 저렴한 가격과 실용성 중심의 사양 구성 덕분이다.

슬레이트 트럭은 241km 또는 386km 주행 가능한 두 가지 사양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기본 모델 기준 가격은 27,500달러(약 3,827만 원)부터 시작된다. 이는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 픽업트럭으로, 보급형 시장을 겨냥한 명확한 전략이 엿보인다.

특히 이 차량은 모듈화 설계를 통해 구성 요소의 공통화를 극대화했고, 이를 통해 유지보수 용이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전장이나 전고보다는 효율과 실용성에 집중한 점도 눈에 띈다.

직선적인 복고풍 디자인… 80~90년대 픽업을 떠올리게

슬레이트 트럭은 화려한 전기차 스타일 대신 직선적이고 단순한 복고풍 디자인을 채택했다. 1980~90년대의 픽업트럭에서 영감을 받은 이 외형은 기존 전기 픽업들과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사이버트럭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이나 고성능보다는, 일상적인 실사용과 운송 기능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다른 전기 픽업들과는 방향성이 다르다. 전기차 특유의 미래지향성 대신, 오래된 무게감과 실용성에 중점을 둔 이 모델은 도심 외곽이나 중소도시, 그리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층에 특히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슬레이트 오토는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짚은 전략으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의 다음 스텝으로 ‘저가형 실용 전기 픽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슬레이트 트럭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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