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JLR)의 CEO 아드리안 마델(Adrian Mardell)이 연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 오토카 보도에 따르면, 그는 3년간의 CEO 재임 기간을 포함해 35년간 몸담은 회사를 스스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JLR 측은 “아드리안 마델은 CEO로서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후임자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식 퇴임일은 올해 12월 31일이다.
마델의 퇴임은 재규어의 과감한 전기차 브랜드 재편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진다. 재규어는 최근 전통적인 이미지와 결별을 선언하며, 초고급 전기차 브랜드로의 탈바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라인업의 생산을 잠정 중단했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까지는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랜드로버 역시 전기차 전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기 레인지로버 SUV의 출시가 수요 문제로 연기됐고, 생산 일정도 미뤄졌다.
마델은 팬데믹 한복판이던 2020년대 초에 CEO 자리에 올라, 수익성과 재정 건전성 회복에 집중해왔다. 재임 기간 동안 회사는 1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회계연도에는 약 25억 달러(약 3조 3천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간 재규어랜드로버는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의 성과는 내부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재규어의 브랜드 리뉴얼은 호불호가 갈린다. 지난해 공개된 ‘타입 00(Type 00)’ 콘셉트카는 중성적인 모델과 강렬한 색상, 새로운 로고 등으로 기존 팬층과는 결을 달리했다. 앞으로 등장할 전기 GT 모델의 가격은 약 12만 5천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경쟁자인 BMW나 메르세데스를 넘어 벤틀리급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마델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지금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재규어의 성공을 의심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자동차 업계 전반적으로도 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관세 문제 등으로 재무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볼보와 르노,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여러 브랜드에서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떠났다. 마델의 퇴임도 이 같은 변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