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전기차 산업의 ‘탈중국’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시작된 제조업의 미국 회귀 흐름이 연방 세제 혜택 조기 종료와 함께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제너럴 모터스(GM)와 BMW는 다시금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높이게 됐다.
당초 GM과 BMW는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미국산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소비자용 세금 공제 혜택인 7,500달러가 예정보다 앞서 오는 9월 30일 종료될 예정이 되자 전략을 전환했다.
GM은 차세대 쉐보레 볼트 EV에 중국 CATL(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CATL의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80%에 달하는 수입관세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이 맞는다는 판단이다.
GM의 기존 배터리 파트너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오는 2027년까지 LFP 전용으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는 CATL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MW 역시 유사한 상황이다.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일본 AESC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당분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수입해 사용할 계획이다. 이미 중국 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갖춘 덕에, 관세를 감수하더라도 미국 생산보다 더 저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GM은 신형 볼트를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며, BMW 역시 차세대 전기 SUV ‘iX3’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두 모델 모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EV 충전 인프라도 변화 중… 셸, 볼타 충전기 전면 철수
EV 충전 인프라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셸(Shell)은 2022년 인수한 볼타(Volta) 충전기 네트워크를 올해 안에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볼타는 디지털 광고 패널을 탑재한 독특한 충전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며 셸이 인수 당시 20억 달러에서 1억6900만 달러 수준으로 몸값이 폭락했다.
셸은 앞으로 대형 고출력 충전소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해, 화장실·카페·Wi-Fi 등 편의 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충전 공간’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 EV 가격 전쟁에 개입… 성장 속도 조절
중국 정부는 최근 과열된 전기차 가격 경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요 제조사들을 소집하고 자율 규제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할인 경쟁이 줄어들며, 7월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6.3%로 둔화됐다. 예년 이 시기에는 15% 수준의 성장이 일반적이었다.
정부 개입으로 판매 속도는 다소 느려졌지만, 구조조정과 시장 안정화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