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전기차에 ‘가상 변속(Virtual Shifting)’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효과가 아니라, 엔진 사운드와 변속 충격까지 정교하게 재현해 내연기관차 특유의 감각을 EV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최근 카이엔 EV 프로토타입에 동승한 개발 책임자 사샤 니센(Sascha Niesen)은 “우리는 기존 V8 엔진음을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녹음하고 분석해 전기차용 가상 사운드로 재조합했다”며 “엔지니어조차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단순히 사운드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전기 모터는 레드존이 없는 고회전 특성을 지녀 내연기관과 다른 가속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포르쉐는 회전수 구간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이를 ‘가상 단수’와 연계해 토크 전달과 변속 충격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을 실험 중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사운드 효과가 아니라 실제 기어 변속과 유사한 체감형 피드백을 구현하는 것이다.
니센은 “가상 기어 단수를 도입하면 드라이버가 전 영역에서 사운드와 가속감을 더 역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며 “패들 시프터까지 장착한 콘셉트카를 직접 주행했는데,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와 구분하기 힘들 만큼 자연스러웠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모순이 존재한다. 전기차는 원래 무단의 가속이 장점인데, 굳이 변속 충격을 인위적으로 넣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그러나 포르쉐는 과거 CVT 변속기 사례를 언급하며 “소비자가 원한 것은 기계적 완벽함이 아니라 익숙한 주행 감각”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가상 변속은 포르쉐가 전기차 시대에도 ‘운전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아직 도입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판매 모델에 적용된다면 옵션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