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 크로스, 2026년 출시… 중국 전기차 맞서는 폭스바겐의 새로운 무기

독일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략을 대폭 수정한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폭스바겐이 이번에는 ‘평범한’ 전기차로 승부수를 띄웠다.

폭스바겐이 공개한 ‘ID. 크로스 컨셉트’는 기존 ID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미래지향적 디자인 대신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유사한 외관을 택했고, 터치스크린 중심 조작계 대신 물리 버튼을 대거 복원했다.

중국 브랜드 견제하려면 친숙함이 답

ID. 크로스는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티크로스의 전기차 버전이다. 티크로스는 북미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CEO는 “새로운 디자인과 고급 차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들, 개선된 조작성과 품질, 그리고 마침내 ‘올바른’ 네이밍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올바른’ 네이밍이란 기존 모델명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나올 전기차들은 ID.4, ID.7 같은 독립적 이름 대신 전기 티구안, 전기 골프 같은 식으로 명명될 예정이다.

물리 버튼의 귀환

ID. 크로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물리 버튼의 대량 복귀다. 기존 ID 시리즈의 햅틱 슬라이더 조작계는 사라지고, 네 개 창문을 각각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도 되돌아왔다.

이는 단순히 고객 피드백만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유럽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주행 중 터치스크린이나 햅틱 조작보다 물리 버튼이 더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합리적 성능과 실용성

ID. 크로스는 전륜구동 방식으로 208마력을 발휘하며, 유럽 WLTP 기준 420km 주행이 가능하다.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유럽 도심형 소형 크로스오버로는 적절한 수준이다.

기존 ID 모델들과 달리 25리터 용량의 프런트 트렁크도 갖췄다. 크지는 않지만 추가 수납공간이 없었던 기존 폭스바겐 전기차 대비 실용성이 개선됐다.

2026년 본격 양산

ID. 크로스는 컨셉트카가 아닌 양산 준비 완료 모델이다. 2026년 정식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폭스바겐 측은 “매력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전략이다. 북미 시장 출시 가능성은 낮지만, 폭스바겐 전기차 2세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이 될 전망이다.

업계 전반의 회귀 트렌드

폭스바겐의 이런 변화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쉐보레,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테슬라 스타일의 미래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기존 고객들에게 친숙한 형태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결국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은 혁신적 외관이 아닌 익숙함과 편의성에 있다는 깨달음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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