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차세대 전기 세단의 디자인 방향을 암시하는 새로운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빛나는 그릴’이다.
벤츠는 최근 GLC EQ 모델에서 처음으로 조명 그릴을 선보였고, 차세대 전기 C클래스 역시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과감하다. 메르세데스 디자인 총괄 고든 바그너(Gorden Wagener)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큰 조명 그릴을 장착한 세단의 전면부를 공개했다.
이미지 속 차량은 S클래스를 연상시킨다. 특히 1960년대 ‘헤크플로세(Heckflosse)’ 세대 W112/W113, 그리고 그 후속 W108/W109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세로형 고전적 라디에이터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다. 당시에는 범퍼 위쪽에 자리했던 그릴이, 이번에는 범퍼 하단까지 내려오며 전면 전체를 차지한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보닛 위에 새겨진 빛나는 메르세데스 엠블럼이다. 과거에는 거의 모든 모델에 적용됐지만, 현재는 E클래스와 S클래스 일부 상위 트림에만 한정된다. 이 때문에 이번 티저가 전기 E클래스를 예고하는 것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메르세데스는 이미 새로운 MB.EA 플랫폼 기반의 전기 S클래스 개발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 모델은 판매가 부진한 EQS를 대체하게 된다.
GLC의 조명 그릴에는 942개의 LED 픽셀이 사용돼, 과거 벤츠의 전통적인 세로 그릴 패턴을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했다. 이는 BMW가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 전기차에 과거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과 비슷하지만, 벤츠는 반대로 그릴을 더 크고 입체적으로 키우는 방향을 택했다.
바그너 체제 이후 메르세데스 디자인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대형 로고, 독창적인 라이트 시그니처, 실내를 가득 채운 디지털 스크린 구성까지, ‘존재감’과 ‘화려함’이 핵심 키워드다.
공기역학 중심의 EQ 시리즈가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메르세데스는 디자인 기조를 바꾸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공개될 차세대 전기 세단들은 기술뿐 아니라 ‘압도적인 시각적 존재감’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