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일본 모빌리티쇼에서 새로운 ‘코롤라 콘셉트(Toyota Corolla Concept)’를 공개하며, 전동화 전략에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오랜 기간 ‘멀티 패스웨이(Multi-Pathway)’라는 이름 아래 하이브리드, 수소, 고효율 내연기관, 그리고 전기차를 함께 추진해온 토요타가, 이번엔 그 중심축에 다시 코롤라를 세운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불리는 코롤라는 이번 콘셉트를 통해 가솔린,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지원하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토요타 사장 사토 코지는 “코롤라는 언제나 ‘모두의 차’였다”며 “세계의 도로와 에너지 환경이 다른 만큼, 어떤 동력원이든 사람들이 타고 싶어지는 멋진 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콘셉트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코롤라에서 벗어나 전기 구동을 전제로 한 유연한 설계를 담았다. 전면 좌측 휠 뒤에는 충전 포트가 자리하고, 일부 이미지에서는 배터리 잔량 표시창도 확인된다. 이는 토요타가 코롤라를 전기차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디자인 역시 과감하게 변했다. 얇은 LED 헤드램프와 그릴을 가로지르는 수평 조명 바가 전면부를 강조하며, 검은색과 은색의 투톤 바디가 미래적인 인상을 준다. 기존 코롤라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새롭다.
실내는 한층 실험적인 구성을 택했다. 세 갈래 스포크의 스티어링 휠 앞에는 넓은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중앙에는 기어 셀렉터 기능을 가진 터치 패드형 조작부가 떠 있는 듯 배치됐다. 조수석 전면에는 별도의 스크린이 마련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설계로도 해석된다.
토요타는 구체적인 동력계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차세대 고효율 엔진을 기반으로 한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버전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전기차 버전에 쏠린다. 토요타가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 코롤라를 현실화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경쟁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아 EV3·EV4, 현대의 차세대 소형 전기차를 비롯해 르노와 폭스바겐은 이미 보급형 전기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포드는 3만 달러대 전기 트럭을 예고했으며, 중국에서는 샤오펑(Xpeng)의 모나 M03처럼 가성비 높은 전기차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본격적인 ‘대중형 EV 경쟁’으로 진입한 가운데, 토요타의 코롤라가 그 한가운데에 설 준비를 마쳤다. ‘모두를 위한 차’라는 코롤라의 철학이 전동화 시대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