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한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다시 찾고 있다. 올해 초 혼다와 추진하던 공동 개발 계획이 무산된 이후지만, 비용 구조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협업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는 판단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닛산은 ‘리:닛산(Re:Nissan)’이라는 회생 전략 아래 인력 감축, 생산시설 조정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기반 마련이 핵심 목표다.
닛산아메리카 제품·기획총괄 폰즈 판디쿠티라 부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단순히 플랫폼이나 기술을 사오는 식의 관계는 지양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 기술을 활용하는 형태여야 장기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존 방식과는 다른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닛산은 이미 여러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혼다·미쓰비시 등 기존 파트너뿐 아니라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도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닛산은 신형 로그를 기반으로 한 전동화 SUV를 타사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닛산의 차세대 e-POWER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핵심 기술이 될 전망이다.
내연기관 기반 픽업 트럭 프런티어의 후속 플랫폼을 활용해 중형 SUV 개발에 협력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라 있다. 판디쿠티라 부사장은 “SUV 여러 차종을 묶은 공동 프로그램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닛산은 시간이 많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는 이미 아리아를 2026년 라인업에서 제외했고, 새롭게 선보인 리프 판매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행거리 300마일대, 2만 달러 후반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닛산은 규모 확보가 전기차 개발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판디쿠티라 부사장은 “충분한 생산 규모를 갖추려면 파트너십이 필수”라며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의 제품에 직접 적용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닛산이 어떤 업체와 손을 잡아 반등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