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둔화 전망과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대규모 배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 원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는 2028년 3월부터 2035년 6월까지 7년간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에 합의했다. 공급 대상은 메르세데스의 유럽 및 북미 시장용 전기차로, 세부 조건과 금액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메르세데스가 장기 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배터리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와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9월에도 2035년까지 총 32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고, 메르세데스 계열사에는 2037년까지 75GWh를 추가로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메르세데스는 올해부터 10년 말까지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대거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 EQS·EQE 등 반응이 미미했던 모델 대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모델로 방향을 전환했다. 내년 1분기에는 800V 구조의 MMA 플랫폼을 적용한 새 CLA 전기차가 출시되며, 연말에는 MB.EA 기반의 GLC 전동화 모델도 등장할 전망이다. 향후 2~3년간 총 15개 이상의 신차·부분변경 모델을 쏟아내겠다는 전략으로, 이번 공급 계약은 이 같은 제품 공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LG에너지솔루션도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력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연방 세액공제 축소, 미국 연비 규제 개정 등 전기차 수요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굵직한 계약을 이어갔다. 올해 테슬라와는 대 규모의 LFP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제너럴 모터스와는 2028년 이후 출시될 대형 픽업·SUV용 LMR 배터리 개발을 함께 진행 중이다.
전기차 시장이 단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대규모 배터리 물량은 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