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터햄, ‘프로젝트 V’ 첫 주행 시제차 내년 도쿄오토살롱 공개… 1,190kg 경량화 목표

케이터햄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프로젝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년 넘게 별다른 소식이 없었던 ‘프로젝트 V(Project V)’가 여전히 개발 중이며, 첫 번째 주행 가능한 프로토타입이 2026년 1월 9일 도쿄 오토살롱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케이터햄은 현재 이 프로토타입을 통해 차체 내구성, 야마하 모터가 개발한 전동 파워트레인, 그리고 셀 투 팩(cell-to-pack) 구조의 배터리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셀을 절연 액체에 담가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적용돼, 고부하 주행과 트랙 주행을 염두에 둔 설계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1월 케이터햄 CEO로 취임한 다카하시 가즈호는 “이번 프로토타입 공개는 프로젝트 V 개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기술 파트너들과 함께 본격적인 차량 테스트 프로그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케이터햄 특유의 DNA를 온전히 담은 순수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케이터햄은 2025년 중반 개발 완료,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 양산 돌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개발 일정이 다소 늘어지면서 실제 출시 시점은 빠르면 2027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로젝트 V는 케이터햄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세븐(Seven)으로 대표되는 초경량 로드스터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거 21이나 알핀 A110과 플랫폼을 공유할 예정이었던 C120처럼 ‘또 다른 케이터햄’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영국 출신 디자이너 앤서니 자나렐리가 맡았고, 전동화 핵심 기술은 야마하가 공급한다.

콘셉트 모델은 55kWh 배터리를 기반으로 했지만, 양산형은 뒤 차축 앞쪽과 앞좌석 발밑에 각각 배터리 팩을 배치하는 듀얼 배터리 구조를 채택한다. e-액슬 기반 후륜 구동 시스템과 함께, 카본 파이버·글래스 파이버·알루미늄을 조합한 경량 복합 섀시가 적용된다. 전후 모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사용하며, 지오메트리는 완전 조절식이다. 목표 공차중량은 1,190kg으로, 전기차로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다.

가벼운 차체 덕분에 성능과 효율 역시 인상적이다. 최고출력 268마력의 후륜 모터를 탑재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약 4.5초,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약 249마일(약 400km)을 목표로 한다. 최대 150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약 15분 만에 충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자인 철학 역시 기존 케이터햄과 맥을 같이한다. 자나렐리는 “세븐이 단순함과 기능 중심 설계를 통해 경량과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했다면, 프로젝트 V 역시 스포츠 쿠페라는 형식 안에서 같은 철학을 적용했다”며 “모든 요소는 무게와 운전자 몰입도를 기준으로 정당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내 역시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했다. 쇼카는 2+1 시트 구조를 채택했으며, 양산형에는 2+2 구성도 옵션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2+1 레이아웃은 승하차를 쉽게 하고, 뒤쪽 단일 좌석의 공간 활용성을 높여 일상성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계기판은 핵심 정보 위주로 구성되며, 스마트폰 미러링과 함께 노멀·스포트·스프린트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각 모드는 스티어링 감각과 가속 반응을 달리 설정한다.

케이터햄 전 CEO 밥 레이슐리는 “프로젝트 V는 세븐을 대체하는 모델이 아니라, 세븐을 보완하는 존재”라며 “케이터햄의 핵심 가치인 경량, 단순함, 뛰어난 주행 감각을 유지한다면 기존 고객은 물론 새로운 팬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세븐 EV 콘셉트와 더불어, 프로젝트 V는 케이터햄의 전동화 전략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실용적인 쿠페 형태와 전기차 특유의 패키징 이점을 활용해, 주말 와인딩 로드뿐 아니라 일상 주행까지 아우르는 모델을 지향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격은 8만 파운드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알핀 A110이나 로터스 에미라와 직접 경쟁하는 수준으로, 케이터햄이 전기 스포츠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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