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800V 초고속 충전 SUV ‘NX8’ 공개…중국서 반격 나선다

닛산이 중국 시장에서 반격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풍닛산을 통해 공개한 중대형 SUV ‘NX8’은 순수 전기차와 주행거리연장(EREV)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되며, 해외 브랜드 최초로 CATL의 5C 초급속 충전 기술을 탑재했다.

NX8은 닛산이 지난해 발표한 ‘톈옌(天眼)’ 아키텍처 기반 첫 모델이자, 800V 고전압 플랫폼을 적용한 최초의 해외 브랜드 신에너지차(NEV) SUV다. 5C 충전 기술이 적용된 만큼 이론상 12분 내외면 배터리를 완충할 수 있다.

치수는 로그 넘고, 패스파인더에 근접

차체 크기는 길이 4,870mm, 너비 1,920mm, 높이 1,680mm, 휠베이스 2,917mm로, 기존 닛산의 글로벌 주력 모델 로그(엑스트레일)보다 222mm 길다. 패스파인더보다는 152mm 짧지만, 사실상 닛산 라인업 내 최대급 전동화 SUV로 자리매김한다. 공차중량은 2,196~2,245kg이며 최고속도는 180km/h다.

파워트레인은 크게 두 갈래다. 순수 전기 모델은 단일 모터 구성으로 215kW(약 290마력) 또는 250kW(약 335마력) 출력을 선택할 수 있다. EREV 모델은 109kW(약 146마력)를 내는 1.5리터 터보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하고, 195kW(약 262마력) 전기모터가 구동을 담당한다. EREV의 순수 전기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20.3kWh, 21.1kWh, 37.4kWh)에 따라 102km~185km로 달라진다.

배터리는 CATL이 공급하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윈둔(云盾)’ 셀을 사용하며, 영하 30도부터 영상 60도까지 작동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닛산의 글로벌 품질 기준에 맞춰 패키징과 검증을 거쳤다는 점도 강조됐다.

2.4m 전폭 LED 라이트바, 양자 OLED 테일램프 적용

디자인은 닛산의 V-모션 언어를 진화시킨 형태다. 전면부에는 업계 최장이라는 2.4m 길이의 ‘스타링’ LED 라이트 바가 차폭 전체를 가로지르며, 아래로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배치된다. 측면은 플러시 도어 핸들과 히든 워터 채널을 적용해 매끈한 실루엣을 강조했다. 후면에는 2,064개 개별 유닛으로 구성된 양자(퀀텀) OLED 테일램프가 장착돼, 다양한 패턴 연출이 가능하다. 휠은 19인치와 20인치 중 선택할 수 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강화됐다. 루프에 통합된 라이다를 포함한 센서 패키지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NOA(Navigation on Autopilot), 도심 NOA, 전 시나리오 자동 주차 기능을 지원한다.

혼다 합병 무산 후, 닛산의 생존 전략 가늠자

NX8은 단순한 신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닛산은 지난해 상반기(4~9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94% 급감하며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초 혼다와의 합병 논의도 결국 무산됐다. 양사는 지분 교환 비율과 경영 주도권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혼다가 닛산 자회사화를 제안하자 닛산 측이 이를 거부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NX8은 닛산이 독자 생존 전략의 첫 번째 성과물로 내놓은 모델이다. 앞서 출시된 N7(전기 세단), N6(PHEV 세단)에 이어 N 시리즈 라인업을 완성하며, 동풍닛산의 신에너지차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한다.

NX8의 중국 시장 출시는 2026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으며, 가격은 추후 공개된다. 닛산 측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으로의 수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도입 여부는 아직 미정이지만, 대형 전동화 SUV 선택지가 제한적인 국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모델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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