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충전소 200곳 정리하는 포르쉐, 전략 수정의 신호탄

포르쉐가 중국에서 직접 운영해오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전동화 전략의 후퇴라기보다는, 급변한 중국 시장 환경에 맞춘 사업 구조 재편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르쉐는 2026년 3월을 기점으로 중국 내 자체 구축 전기차 충전 허브 운영을 종료할 계획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약 200곳에 달하는 포르쉐 자가 충전 거점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해당 충전소들은 포르쉐 앱 내 충전 지도에서도 삭제될 예정이며, 실제 시설을 철거할지 또는 외부 충전 사업자에게 매각할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포르쉐 내부 문건에는 “시장 환경 변화와 이용자 충전 패턴의 전환에 따라, 일상적인 이동성을 지원하는 충전 서비스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즉, 직접 인프라를 보유·운영하는 방식보다 현지 충전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이번 결정은 포르쉐의 중국 사업 전반에 걸친 구조 조정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포르쉐는 앞서 2027년까지 중국 내 판매 네트워크를 약 100개 거점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2024년 말에는 중국 법인 인력의 약 3분의 1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한때 포르쉐 단일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판매가 정점을 찍었던 시점은 2021년으로, 당시 판매량은 9만5천 대를 넘겼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포르쉐가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략의 방향은 ‘현지 밀착’에 가깝다. 포르쉐는 지난달 상하이에 유럽 외 지역 최초의 대규모 개발 거점을 개소했다. 그동안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라는 전략 아래 현지 고객 맞춤형 개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시설은 특히 중국 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충전 네트워크 정리를 중국 전기차 생태계의 성숙도를 반영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국은 국영·민간을 막론하고 촘촘한 충전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완성차 브랜드가 직접 충전소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서 충전 인프라를 ‘자산’이 아닌 ‘파트너십’ 영역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포르쉐의 선택은 전동화 전략의 후퇴가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조정으로 읽힌다. 충전소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보다, 현지에 최적화된 차량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포르쉐의 다음 수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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