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타트업, 9개월 만에 ‘하늘을 나는 택시’ 만들었다

인도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항공 스타트업 살라 에비에이션(Sarla Aviation)이 자국 최대 규모의 민간 개발 eVTOL 시제기 ‘실라 SYL-X1’의 지상 테스트를 시작했다. 날개 폭 7.5m의 이 반규모(half-scale) 시제기는 개발 착수 9개월 만에 완성됐으며, 글로벌 eVTOL 프로그램 대비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상 테스트는 가상 개발과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기체 검증 단계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 측은 이 시제기를 통해 기체 구조의 거동 특성, 추진 시스템 통합, 전반적인 안전 시스템을 평가할 계획이다.

살라 에비에이션 관계자는 “SYL-X1은 순수 전기 방식이지만 양산 버전에는 장거리 운항을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양산 기체는 올해 초 바라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 공개한 콘셉트 ‘순야(Shunya)’의 이름을 이어받아 15m 날개 폭의 풀스케일 항공기로 제작된다.

순야는 조종사 1명과 승객 6명을 태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 에어택시다. 7개의 전기 모터로 최고 시속 250km 비행이 가능하며, 2개의 배터리 팩으로 최대 150km를 비행할 수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SAF) 탱크를 활용하면 항속거리가 800km까지 늘어난다. 680kg의 탑재량은 경쟁사 대비 35% 높은 수준으로, 인도 시장 특성을 고려한 설계다.

회사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9개월 전만 해도 엔지니어링과 콘셉트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10명 남짓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명에 가까운 엔지니어 팀을 구축했다. 특히 팀의 30% 이상이 릴리움, 조비, 테슬라, 볼로콥터 등 글로벌 선도 기업 출신의 귀국 인재들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은 1300만 달러(약 180억원)에 달한다. 액셀(Accel)이 시리즈A 라운드를 주도했고, 인도 최대 증권 플랫폼 제로다의 공동 창업자 니킬 카마스, 플립카트 공동 창업자 비니 반살, 스위기 CEO 스리하르샤 마제티 등 인도 테크 업계 거물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창업진 면면도 화려하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드리안 슈미트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니오, 그리고 독일 에어택시 스타트업 릴리움에서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다. 공동 창업자 겸 CTO 라케시 가온카르는 GM, 이탈디자인, 마힌드라, 시트로엥, 아우디, 니오, BMW, 릴리움을 거친 자동차 디자인 베테랑이다.

가온카르 CTO는 “이번 성과는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도 엔지니어링 팀이 세계적 수준의 기준으로 엄격하게 개발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준다”며 “우리의 초점은 가장 먼저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가는 것을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화 행보도 빠르다. 이달 초 인도 서해안의 관광 명소 고아주와 에어택시 배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고아는 인도 최초의 ‘연안 항공 모빌리티 주(州)’가 된다. 지난달에는 본사가 위치한 카르나타카주와도 MoU를 맺고 공항과 도심에서 주 정부 산하 에코투어리즘 업체 ‘정글 롯지 & 리조트’까지 에어택시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산 공장은 카르나타카주 인접 안드라프라데시주 팀마사무드람에 건설된다. ‘스카이 팩토리’로 명명된 이 시설은 1300크로어 루피(약 2100억원) 규모의 투자가 투입되며, 연간 최대 1000대의 항공기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살라 에비에이션은 2028년 벵갈루루에서 상업 운항을 시작한 뒤 뭄바이, 델리, 푸네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도 도심의 심각한 교통 체증을 감안하면 에어택시에 대한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무료 에어 앰뷸런스 서비스 도입 계획도 밝혀 사회적 가치 실현 의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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