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에 뒤처진 현대차, 2027년 역전 시나리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포티투닷 본사를 깜짝 방문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과 함께한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아이오닉6 기반 자율주행 시험 차량에 직접 탑승해 약 30분간 판교 일대를 주행했다.

이번 시승 차량에는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 중인 AI 시스템 ‘아트리아(Atria)’가 탑재됐다. 카메라 8대와 레이더 1대만으로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이다. 테슬라가 순수 비전 기반 FSD로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현대차 역시 라이다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총수의 현장 점검은 단순한 기술 시연 참관을 넘어선다. 포티투닷을 이끌어온 송창현 전 사장이 최근 전격 사임한 직후 이뤄진 방문인 만큼, 내부 동요를 잠재우고 자율주행 개발 조직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을 격려하며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는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테슬라는 이미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 중국에서는 샤오펑과 창안자동차 등이 레벨3 자율주행 허가를 획득했다. 반면 현대차 양산 차량은 여전히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완전히 뒤처진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구글 모기업 알파벳 산하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의 첫 성과를 냈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한 아이오닉5를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생산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부터 도로 주행 테스트를 거쳐 수년 내 웨이모 원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율은 올 상반기 기준 86.61%까지 확대됐으며, 설립 이후 투입된 자금만 5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모셔널은 지난해 사업 중단과 인력 감축을 발표했고, 2세대 아이오닉5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도 2026년으로 연기되는 등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SDV 페이스카 시범 주행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27년경 핸즈프리 기능이 탑재된 양산 차량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 초 열리는 CES 2025에서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하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시연도 예정돼 있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치는 복잡하다. 자체 기술 개발에서는 선두 업체들과 격차가 있지만, 웨이모 같은 글로벌 선두 기업에 차량을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과 자체 플랫폼 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판교 방문이 조직 쇄신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전략 수정의 전조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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