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테슬라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HSBC는 테슬라에 대한 ‘리듀스(Reduce)’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131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종가 기준으로 약 70% 하락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HSBC의 마이클 틴달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2025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수요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한 보급형 ‘스탠다드’ 트림이 기대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대 밑돈 4분기, 연간 판매도 2년 연속 감소
테슬라는 2025년 4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약 41만8천 대를 인도했으며, 연간 인도량은 163만 대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 감소한 수치로, 테슬라는 2년 연속 연간 판매 감소라는 부담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전통적인 성장주로 평가받아온 테슬라에게는 상징성이 적지 않은 변화다.
틴달 애널리스트는 “4분기 인도량은 주요 컨센서스를 하회했으며, 전년 대비와 전 분기 대비 모두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보조금 종료 효과가 직접적으로 작용했고, 유럽과 중국 역시 수요 회복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보급형 모델 전략, 한계 드러냈나
테슬라는 2025년 동안 모델 3와 모델 Y에 가격을 낮춘 스탠다드 트림을 미국과 유럽에 투입했다. 유럽 기준으로는 상위 트림 대비 약 5천 유로 낮은 가격을 내세웠지만, HSBC는 이 전략이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역별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으며, 미국은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유럽과 중국에서는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현지 브랜드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BYD에 추월 허용, 경쟁 구도도 변화
2025년 테슬라는 글로벌 순수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중국의 BYD에 내줬다. BYD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도 연간 226만 대 이상의 BEV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약 28%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중국 내수 시장의 회복, 공격적인 신차 투입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이 다극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생산은 앞섰지만, 반등 근거는 불투명
테슬라는 4분기 약 43만4천 대를 생산해 인도량을 약 1만6천 대 상회했다. HSBC는 이를 두고 “회사가 2026년 1분기 이후 수요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촉매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기차 본업과 달리 에너지 저장 사업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4분기 에너지 저장장치 배치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이는 테슬라가 단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에너지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기존 서사를 일부 유지해주는 요소다.
월가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려
한편, 월가에서는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웨드부시증권의 Daniel Ives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4분기 실적이 비공식적으로 우려되던 수준보다는 양호했다며 목표주가 600달러와 ‘아웃퍼폼’ 의견을 유지했다.
결국 테슬라를 둘러싼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라는 현실적 부담과, 자율주행·에너지 사업을 포함한 장기 비전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판단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