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업을 자동차 업체가 왜 사들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로봇 개 스팟을 활용한 용접 품질 점검이나 설비 모니터링 정도가 주된 시나리오로 거론되면서, 인수 효과가 생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CES 2026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내용은 기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현대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실험적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보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해 자동차 생산 공정의 핵심 인력으로 투입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정말 하려는 일은 무엇인가
현대차의 발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더 정교하고 안전한 로봇을 개발해, 그 로봇이 자동
차를 직접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목적은 비교적 분명하다.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고,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해 내구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궁극적으로는 생산 비용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북미 건설 현장과 물류 창고에서는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과 스트레치 로봇이 실전 운용되고 있다. 스팟은 네 발 달린 이동형 데이터 수집 로봇으로, 불규칙한 환경을 돌아다니며 설비와 현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혼다 컬럼 조립이나 박스 하역을 담당하는 스트레치 역시 여러 시장에서 상용화된 상태다.
이 로봇들은 현대차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회사는 더 큰 꿈을 꺼냈다.
현대차의 공격적 선언, 3만 대 로봇 양산은 가능한가
CES 무대에서 현대차가 던진 가장 강렬한 숫자는 바로 ‘연간 30,000대’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매년 3만 대 규모의 로봇을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미국 내에 단독으로 동일한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로보틱스 전용 공장 건설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대차가 향후 4년간 약 260억 달러를 미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기존 약속의 일환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그리고 첨단 제조 인프라에 이어 로봇 생산 거점까지 마련해 북미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아틀라스는 언제부터 정말 일하게 되나
이번 발표의 중심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있다. 현대차는 아틀라스 로봇을 올해 1분기부터 오하이오 메타플랜트에서 시험 운용하고, 2028년부터는 실제 자동차 생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정의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최대 110파운드(약 50kg) 중량을 들어 올리고,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작업 가능 온도 범위는 –20℃에서 40℃까지로 제시됐다. 비나 습기 환경에서도 작동하도록 방수 설계가 적용되며, 필요할 경우 우천 중 실외 작업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CES에서 화제가 된 일부 영상 속 아틀라스 로봇은 원격 조작된 형태였다. 회사는 이를 어디까지나 프로토타입 단계의 시연이라고 밝혔다. 진짜 양산형 로봇은 아직 개발과 검증을 거쳐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로봇이 자동차를 만들면, 사람 역할은 사라질까
가장 민감한 질문은 결국 노동 문제다. 생산 라인의 자동화가 고도화될수록 인간 근로자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ES에서 기자들과 만난 재훈 창 부회장은 이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로봇이 늘어나면 오히려 이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새로운 직무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을 감독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며, 장비를 보수하는 인력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로봇 투입이 단기적인 인력 감축이 아니라, 차세대 공장 설계와 협업 환경 변화에 초점을 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현실의 기반이 되나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딥마인드의 최신 물리적 AI 모델은 로봇이 주변을 인식하고 추론하며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지난해 CES에서 발표된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현대차는 완성차 제조 공정과 물리적 AI 개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수집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전략을 구축해 왔다.
춤추던 로봇은 데모, 현대차는 양산을 말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공학의 성배로 불린다. 하지만 그만큼 실현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움직임과 균형 감각, 그리고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AI를 만드는 것은 어떤 회사도 완전히 증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다른 업체들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테슬라가 옵티머스를 통해 자사 공장에서 검증하듯, 현대차 역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자동차 공장을 훈련 무대로 삼는다. 데모가 아니라 실제 양산과 사업화를 중심에 둔 전략이다.
소니가 차량 안의 경험 변화를 이야기하는 동안, 현대차는 차량을 만드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연간 3조 달러를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이다. 물리적 AI와 로봇 협업이 본격화되는 순간, 인간 노동의 성격과 역할은 필연적으로 다시 정의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