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흑연’ 꿈꾸던 테슬라의 딜레마, 공급 계약 또 ‘최후통첩’

테슬라(Tesla)의 소재 공급망 독립 선언이 다시 한번 암초를 만났다. 핵심 배터리 소재인 흑연의 ‘탈중국’을 위해 호주 시라 리소시스와 맺었던 공급 계약이 벌써 세 번째 기한 연장에 돌입했다. 테슬라의 판매 부진과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 수정이 맞물리며, 양사의 파트너십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연장…’3월 16일’이 마지막 기회?

최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와 시라 리소시스(Syrah Resources)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비달리아(Vidalia) 공장에서 생산되는 음극재용 흑연 공급 계약의 ‘결함 치유(Cure)’ 기한을 2026년 3월 16일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2025년 9월이었던 마감 시한이 11월, 1월을 거쳐 다시 한번 미뤄진 것이다.

양사는 지난 2021년, 비달리아 시설에서 연간 8,000톤의 흑연을 4년간 공급받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시라 리소시스가 제공한 샘플이 기술적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계약 불이행 통지(Notice of Delay)를 보냈고, 이후 지루한 기술 검증과 기한 연장이 반복되고 있다.

“품질 미달” vs “기다려달라”…동상이몽의 배경

시라 리소시스 측은 “계약 불이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테슬라와 긴밀히 협력해 품질 문제를 해결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오는 2월 9일까지 최종 품질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시라 리소시스에겐 이번 연장이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연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테슬라의 경영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2021년 당시 테슬라는 폭발적인 성장을 전제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현재는 2년 연속 판매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상태다. 실제로 최근 한국 소재 기업인 L&F와의 양극재 계약이 대규모로 축소·취소된 사례에서 보듯,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달리아’의 상징성…테슬라가 놓지 못하는 이유

그럼에도 테슬라가 계약을 즉시 파기하지 않는 이유는 비달리아 공장의 ‘대체 불가능성’ 때문이다. 시라 리소시스의 루이지애나 공장은 중국을 제외하고 수직 계열화를 갖춘 세계 유일의 대규모 음극재 생산 기지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테슬라 입장에선 반드시 살려야 하는 카드인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원자재 가공 공장은 초기 품질 수율 확보와 인증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변화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 속에서, 테슬라가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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