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Lamborghini)가 순수 전기차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해온 란자도르(Lanzador) 프로젝트를 시장 출시 전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스테판 빈켈만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배터리 전기차(BEV) 개발이 자칫 브랜드에 “비싼 취미(expensive hobby)”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과 고객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주주와 직원 모두에게 재무적으로 무책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감성 경험은 아직 내연기관이 우위”
빈켈만 CEO는 람보르기니의 핵심 고객층이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는 감성적 경험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고회전 사운드, 기계적 진동, 변속 감각 등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해온 요소들이 전기차에서는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현재 형태의 EV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고가 슈퍼카 시장에서 전기차 수용 곡선이 최근 들어 완만해졌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EU 규제와는 별개…1년 넘는 내부 재검토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이른바 ‘자동차 패키지’로 2035년 이후에도 제한적 내연기관 허용 가능성이 거론된 점을 배경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람보르기니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규제 완화 기대 때문만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란자도르 프로젝트는 지난 1년 이상 내부 토론과 글로벌 시장 데이터 분석, 주요 고객·딜러 의견 수렴을 거쳤다. 그 결과 2023년 말 조용히 개발을 중단했다. 브랜드는 시장 출시 직전 단계에서 전략을 수정한 셈이다.
2030년까지 전 모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란자도르 대신 람보르기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투입한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로냐에 본사를 둔 이 브랜드의 전 차종이 PHEV 체제로 전환된다.
빈켈만 CEO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내연기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순수 전기차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절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적절한 시점이 와야 한다. 당분간은 PHEV에 집중하되, 전동화 기술 개발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흐름을 따르면서도 브랜드 감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순수 전기 황소의 등장은 잠시 미뤄졌지만, 시장과 기술 환경이 변할 경우 전략 역시 다시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