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이 지난 8년간 약 250억 달러(약 35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쏟아부은 데 대해 “대기업을 만들려면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적자 확대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리비안의 최고경영자 RJ 스캐린지(RJ Scaringe)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막대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리비안의 현금 소진 속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공개된 비교 차트에 따르면 리비안의 누적 현금 유출 규모는 포드의 전기차 부문은 물론, 루시드·폴스타·피스커 등 주요 전기차 업체보다도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렸다.
스캐린지는 “돈을 벌 계획이 없다면 애초에 회사를 세우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아주 큰 회사를 만들려면 비용을 아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비안이 직면했던 시장 환경도 변수였다. 테슬라(Tesla)가 비교적 경쟁이 느슨했던 시기에 출발한 것과 달리, 리비안은 이미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시점에 뛰어들었다. 북미 시장에는 강력한 선두주자가 자리 잡고 있었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쳤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부품 가격이 급등했고, 자동차 산업 전반이 최고 호황 국면에 들어서면서 부품 조달 협상력도 크게 떨어졌다. 스캐린지는 “산업 전반이 사상 최고치였던 시기에 부품을 조달해야 했다”며 “초기 차량 양산을 위해 상당한 프리미엄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리비안은 2021년 R1T와 R1S 생산을 시작했다. 다만 이 R1 라인업은 애초에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한 모델은 아니었다. 스캐린지는 이를 두고 “세상과의 악수(handshake with the world)”라고 표현했다. 브랜드 정체성과 기술력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진짜 승부수는 R2다. 소형 크로스오버인 R2는 리비안의 ‘모델 Y 모멘트’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2026년 총 6만7000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최대 2만5000대가 R2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간 15만5000대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리비안의 전략은 명확하다. 초기에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브랜드와 기술 기반을 구축하고, 이후 볼륨 모델로 수익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현금 보유 체력이다. R2가 예정대로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리비안의 ‘선(先) 투자·후(後) 수익’ 전략이 통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