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스타트업 도넛랩(Donut Lab)이 ‘세계 최초 양산형 전고체 배터리’라는 자사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두 번째 독립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는 80℃와 100℃라는 고온 환경에서의 성능 테스트다.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배터리 전문가들은 여전히 “검증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100℃에서도 정상 작동? “상온보다 더 높은 용량”
도넛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셀은 80℃(176℉) 환경에서 상온(20℃) 대비 110.5%의 용량을 기록했다. 이어 100℃(212℉)에서도 107%의 용량을 보이며 정상적으로 재충전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25~40℃ 구간에서 최적 효율을 보이며, 고온으로 갈수록 열화·가스 발생·안전성 저하 문제가 나타난다. 극단적인 경우 열폭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도넛랩 셀은 이론상 두 배 이상 높은 온도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한 셈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자사 전고체 전해질의 내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진짜 중요한 건 수천 회 충방전 데이터”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대 재료공학과의 에릭 왁스먼 교수는 보다 냉정하다. 그는 “열역학 법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제시된 데이터는 실제 자동차용 응용을 판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100℃ 시험 이후 셀 외부 파우치가 ‘진공 상태를 잃은’ 점에 주목했다. 파우치 셀은 내부 가스 발생 시 팽창하는데, 이는 내부 압력 상승이나 밀봉(hermetic seal) 문제를 시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용화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발성 고온 테스트가 아니라, 수천 회 이상 반복되는 충·방전 사이클에서 10~20% 이하의 용량 감소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400Wh/kg·5분 충전·10만 회 수명”…검증은 미완
도넛랩이 앞서 제시한 스펙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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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밀도 400Wh/kg(현 리튬이온 대비 약 2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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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완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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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 온도 -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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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회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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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미사용
이 가운데 에너지 밀도와 배터리 화학 조성은 아직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특허 공개나 셀 구조 설명도 제한적이다. 업계에서는 “팩 단위 테스트와 장기 내구 데이터가 없으면 상업적 의미를 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전고체 배터리, 여전히 ‘성배’ 기술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속도를 단축하며,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전기차의 주행거리·충전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대량 생산 단계에서 결함 없이 제조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실제로 여러 전고체 스타트업 CEO들도 “양산 안정성은 아직 미해결 과제”라고 인정해 왔다.
도넛랩은 이번 분기부터 자사 배터리를 전기 오토바이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공개될 에너지 밀도 수치와 화학 조성 데이터가 업계 신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기술적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도, 상용화를 단정하기도 이르다. 시장의 평가는 아직 유보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