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그룹 산하 스카우트 모터스(Scout Motors)가 픽업트럭 테라(Terra)와 SUV 트래블러(Traveler)로 16만 건 이상의 사전 예약을 받은 가운데, 그중 87%가 배터리 전기차(BEV)가 아닌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버전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전기 브랜드로 재탄생을 선언했다가 방향을 바꾼 스카우트의 결정이 시장에서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
스카우트는 원래 2022년 순수 전기 브랜드로 재출범했지만, 미국 내 전기차 성장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자 EREV 라인업을 추가하기로 노선을 수정했다. CEO 스콧 키오(Scott Keogh)는 당초 EREV와 BEV 비율을 대략 60대40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스콧 키오는 “85대15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인정했다.
EREV 버전은 약 63kWh LFP 배터리로 순수 전기 주행거리 약 240km를 확보하고, 후방에 탑재된 4기통 가솔린 발전기가 주행 중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총 주행거리를 약 800km까지 끌어올린다. 발전기는 바퀴를 직접 구동하지 않는 직렬형 구조다. BEV 버전의 주행거리는 약 560km로, 같은 급 순수 전기 픽업 중 최상위 수준이지만 EREV보다는 240km 짧다. 비교 대상인 포드 F-150 라이트닝 표준형(약 386km), 고급형(약 483km)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판매 가격은 두 버전 모두 6만 달러(약 8,854만 원) 이하에서 시작하며, 어느 쪽이 프리미엄을 붙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스카우트는 이 두 모델을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블라이스우드에 짓고 있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으로, 연간 생산 능력은 약 20만 대 수준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EREV를 먼저 출시하고 BEV는 이후에 내놓는 순서를 택했으며, 첫 출고는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스카우트가 EREV를 선택한 것은 미국 오프로드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포드는 차세대 F-150 라이트닝을 EREV로 전환하기로 했고, 램과 지프도 올해 EREV 모델을 출시한다. 현대차·기아도 2027년 미국 시장을 겨냥한 EREV를 준비 중이다.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 역시 서구 시장 공략을 위해 EREV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연료 기조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흐름은 당분간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스카우트 앞에 변수가 있다. 직접 판매(D2C) 모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코네티컷과 뉴욕의 딜러들이 3월 3일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콜로라도·캘리포니아·플로리다에서도 별도 소송이 이어졌다. 원고 측은 스카우트가 폭스바겐의 실질적 계열사이므로 기존 프랜차이즈 계약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스카우트가 EREV를 포함하는 순간 순수 전기차 브랜드에만 허용되는 직판 특례 조항을 더 이상 적용받을 수 없다는 논리도 함께 제기하고 있어, 사업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쟁점이다. 키오 CEO는 “직판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확신에 변함이 없다”며 소송에도 계획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