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꺾은 혼다…중국산 전기차, ‘인사이트’ 이름 달고 일본 역수입

혼다가 자국 시장에서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중국 합작법인이 생산한 전기차를 일본 내수 시장에 직접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중국산 전기차를 자국에서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자국 생산을 고집해 온 일본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이 깨지는 순간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혼다가 일본에 들여오는 모델은 중국 합작법인 둥펑혼다(東風Honda)가 우한에서 생산하는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 e:NS2다. 일본에서는 단종됐던 ‘인사이트(Insight)’ 이름을 부활시켜 올봄 출시한다. 인사이트는 1999년 혼다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로 출발해 세단과 해치백 등 세 세대에 걸쳐 이어진 모델이었지만, 시빅·CR-V 등 주력 차종 집중 전략에 따라 2022년식을 끝으로 생산이 중단됐었다. 4년 만에 복귀하는 이번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로 탈바꿈했다.

차량 제원은 전장 4,788mm, 전폭 1,838mm, 전고 1,570mm이며 휠베이스 2,733mm의 비교적 넉넉한 패키지를 갖췄다. 150kW 전륜 모터와 68.8kWh 배터리 팩을 탑재해 WLTC 기준 5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2024년 단종된 혼다 e가 259km의 짧은 항속거리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용성 면에서 분명한 개선이다.

실내는 12.8인치 중앙 터치스크린, 9.4인치 디지털 계기판, 11.5인치 투영 면적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구성되며 운전석 8방향 전동 시트(통풍·메모리 기능), 12스피커 보스 사운드 시스템,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360도 카메라 등을 기본으로 갖춘다. 블라인드스팟 모니터, 충돌 방지 자동 제동, 차선 유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주요 주행 보조 기능도 전부 기본 사양이다. 양방향 충전을 지원해 V2H 활용도 가능하다.

혼다는 3월 19일부터 일본에서 사전예약을 받으며 올봄 정식 출시한다. 초기 도입 물량은 3,000대로 제한했다. 모델 수석 엔지니어 코이케 쿠니히로는 현재 일본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 모델이 내년 출시 예정인 자체 개발 글로벌 0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역할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태국에서는 ‘e:N2’라는 이름으로 3월 23일 방콕 국제 모터쇼에서 공식 데뷔하며, 가격은 약 140만 바트(한화 약 6,520만 원)다. 혼다는 초기 구매자를 대상으로 종합보험, 2년/4만km 보증 연장, 가정용 충전기, 휴대용 충전 케이블을 기본 제공하고 선착순 100명에게는 모토컴팩토 폴딩 전동 스쿠터를 증정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섰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중국 사업의 구조적 부진이 있다. BYD·지리 등 현지 브랜드의 공세에 밀려 혼다의 2025년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해 64만 5,000여 대에 그쳤고, 이는 5년 연속 하락세다. 가동률이 떨어진 중국 공장에서 만든 차를 해외로 돌려 수익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전동화 전환이 늦다는 지적을 받는 일본 내수 라인업을 보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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