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 R2, 드디어 가격표 공개… 테슬라 모델 Y 정조준한 네 가지 트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신차, R2의 최종 가격과 제원을 확정 발표했다. 리비안이 R2의 성패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는 RJ 스카린지 CEO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연간 판매량 4만 2000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금의 사업 구조로는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 R2는 테슬라가 모델 3와 모델 Y로 그랬듯 리비안을 연간 수백만 대 규모의 자동차 회사로 바꿔놓을 수도, 또는 수많은 EV 스타트업들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차다.

라인업은 총 네 가지다. 가장 먼저 시장에 나오는 모델은 올 봄 출시 예정인 R2 퍼포먼스다. 듀얼모터 사륜구동, 656마력, 87.9kWh 배터리, EPA 기준 최대 531km(330마일) 주행거리를 갖추고 시작 가격은 7만 9,900달러(약 1억 2,000만 원)로 책정됐다. 다만 현재는 런치 패키지 포함 구성만 판매하며, 4,400파운드(약 2,000kg) 견인 능력, 전용 키폽, 리비안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 ‘오토노미+’ 평생 구독권 등이 포함된다.

올해 말에는 R2 프리미엄(AWD, 450마력, 7만 3,750달러)이 뒤를 잇고, 2027년 상반기에는 후륜구동 단일모터 R2 스탠다드(350마력, 6만 7,000달러)가 출시된다. 리비안이 2024년 처음 공개할 당시 내세웠던 4만 5000달러 시작 가격은 소형 배터리팩을 탑재한 R2 스탠다드 저가형에서 실현되는데, 이 모델은 2027년 말에야 구매할 수 있다. 목표가를 향한 여정이 생각보다 길어진 셈이다.

성능 측면에서는 할 말이 많다. 최상위 퍼포먼스 트림의 제로백 3.6초는 이 가격대에서 탁월한 수치다. 주행거리도 전 트림에 걸쳐 430km 이상(EPA 기준)을 확보했으며, 후륜구동 스탠다드 트림은 오히려 555km(345마일, 리비안 추정치)로 라인업 내 최장 항속을 자랑한다. 충전 속도는 10%에서 80%까지 29분이 소요된다. 차급 내 최고 수준인 243mm의 최저 지상고는 아웃도어 활용성에서 경쟁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인터페이스도 새롭게 손봤다. 스티어링 휠 양측에 세로 스크롤 휠을 배치해 시선을 앞에 두면서도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11개 카메라(총 6,500만 화소)와 레이더 5개를 기본 탑재하며, 연내 라이다를 선택 사양으로 추가해 레벨 4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쟁 구도는 명확하다. 리비안 스스로도 인정하듯 R2의 주적은 테슬라 모델 Y다. 트림 구성도, 가격 밴드도 모델 Y와 거의 겹친다. 다만 순수 가성비 면에서는 모델 Y의 우세가 지금도 유효하다. 4만 5000달러짜리 모델 Y가 EPA 기준 575km를 주행하는 반면, 동가격대 R2 스탠다드 소형팩 트림의 주행거리는 442km(275마일) 수준에 그친다. 리비안이 승부를 걸어야 할 지점은 수치가 아니라 감성이다. 오래된 디자인의 모델 Y에 질린 소비자들에게 리비안 특유의 아웃도어 감성과 세련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국 시장 출시 여부도 관심사다. 리비안은 공식적으로 국내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없으나, 국내에서 테스트 차량이 포착된 데다 브랜드 측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온 만큼 이르면 2027년 상반기 상륙 가능성이 거론된다.

생산 확대 속도와 실제 시장 반응, 이 두 가지가 리비안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EV 신생 브랜드 중 테슬라를 제외하고 연간 5만 8000대 이상을 판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리비안이 그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이제 숫자로 증명할 차례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