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구독제 재추진… 아이오닉5 ‘반값’ 살 수 있다지만, 갈 길은 멀다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구독제 도입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올해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현되면 소비자는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구입한 뒤, 배터리는 월 구독료를 내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의원 입법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16일 전해졌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전기차 배터리를 내연기관의 엔진과 마찬가지로 차량의 핵심 부품으로 규정해, 등록 시 소유권이 자동으로 차량 소유자에게 귀속되도록 하고 있다. 배터리를 제조사나 금융사 소유로 남겨두고 소비자에게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 원천 차단된 구조다. 이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배터리 구독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부의 기대 시나리오는 구체적이다. 현재 아이오닉5 스탠다드 모델의 판매가는 4,740만 원인데, 이 가운데 배터리 가격은 2,000만 원 안팎이다. 배터리 구독제가 도입돼 2026년 기준 국고 보조금(아이오닉5 스탠다드 483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함께 받으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차체 가격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 약 59만 원에서 일부 도서 지역 1,000만 원 이상까지 지역별 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구매가는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배터리 비용은 구독 기간에 따라 정해지는 월 구독료로 분산된다는 것이다.

같은 구상이 처음 나온 건 2022년이다. 당시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등록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자동차관리법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완성차 업체들도 독자적으로 시도했다가 좌절을 맛봤다. 기아는 현대캐피탈·신한EZ손해보험 등과 손잡고 배터리 구독 실증 사업을 1년 이상 진행하며 법 개정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법 개정 기약이 없자 결국 배터리 구독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기아가 최초 목표 모델로 삼았던 택시 전용 전기차 니로 플러스는 그 사이 2024년 10월 단종됐다.

이번 재추진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정부 부처가 직접 법 개정 시한을 못 박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벽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배터리 소유권이 제조사나 리스사로 넘어가면 현행 보조금 체계와 충돌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만 등록할 경우 취득세·취등록세가 줄어들어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보조금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산정 기준과 세금 체계를 동시에 정비하지 않으면 법 개정만으로는 실제 서비스 출시까지 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배터리 구독제가 자리를 잡았다. 중국 니오(NIO)는 배터리 교체식 구독 서비스 ‘바스(BaaS·Battery as a Service)’를 상용화해 운영 중이며, 프랑스에서는 르노가 일부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 임대 방식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도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와 금융사가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같은 구상이 두 번 무산된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법 개정’이라는 목표가 현실화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 개정 후에도 보조금 체계 정비, 사업자 인증 기준 마련, 구독료 수준 설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반값 전기차라는 청사진이 실현되기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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