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터 또 밀렸다…9년째 기다린 구매자들, 이번엔 믿어도 될까

일론 머스크가 또 미뤘다. 만우절 공개를 공언했던 테슬라 차세대 로드스터의 실물 시연이 이달 말로 또다시 밀렸다. 머스크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로드스터 공개는 아마도 다음 달, 확실히 차원이 다른 수준(next-level)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지연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 차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소식이다.

테슬라 로드스터 또 밀렸다…9년째 기다린 구매자들, 이번엔 믿어도 될까 imgi 46 default 22세대 로드스터는 2017년 11월 세미 트럭 공개 행사 도중 깜짝 등장하며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을 열광시켰다. 제로백 1.9초, 최고속도 402km/h, 1회 충전 주행거리 1,000km. 당시로서도, 지금도 놀라운 수치다. 여기에 스페이스X 협업 패키지를 선택하면 냉가스 추진기(Cold Gas Thruster)가 적용돼 제로백이 1.1초까지 줄어든다는 발표까지 있었다. 예약금이 순식간에 몰렸고, 구매자들은 1~2년 안에 차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원래 2020년이던 양산 목표는 2022년, 2023년, 2025년을 거쳐 이제는 2027년 초·중반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모델 3, 모델 Y, 사이버트럭, 로보택시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로드스터보다 앞줄을 차지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7년 넘게 기다리다 공개적으로 환불을 요청한 일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도 이 맥락에서다.

그나마 분위기가 달라진 건 올해 들어서다. 지난 2월 테슬라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로드스터 관련 워드마크와 차량 실루엣을 담은 디자인 특허를 출원했다. 양산 전 브랜딩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업계는 읽었다. 배터리 팩, 섀시, 차체 구조 등 양산 공정과 직결된 직군의 공개 채용이 이어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단판 복합소재 시트 구조에 관한 특허도 새로 출원됐다. 시트 베이스·등받이·헤드레스트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방식으로, 초고성능차에 적합한 설계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여전히 경계가 필요하다. 당초 만우절 공개를 발표했을 때 머스크는 “일정이 다시 늦어지더라도 농담이었다고 할 수 있는 날”이라고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 이번 이달 말로의 재조정이 ‘소폭 지연’인지, 혹은 더 긴 침묵의 서막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경쟁 지형도 2017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리막 네베라, 양왕 U9, 샤오미 SU7 울트라 등 로드스터가 없는 사이 고성능 전기차 시장은 이미 제 갈 길을 달려왔다.

5만 달러의 예약금을 낸 구매자들, 길게는 9년 가까이 기다려온 이들에게 머스크가 내놓을 ‘차원이 다른 수준’의 시연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약속이 이번엔 지켜질지, 이달 말 이후의 일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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