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북극에서도 30분 충전…메르세데스 전기트럭의 승부수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스가 유럽 5개국을 가로지르는 2,400km 장거리 실증 주행을 통해 메가와트급 충전 시스템(MCS)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공식 확인했다. 영하 20도에 달하는 핀란드 북극권의 혹한 속에서도 정상 충전에 성공하면서, 전동화 장거리 물류의 실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번 테스트에 투입된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순수전기 장거리 트럭 eActros 600 프로토타입 2대다. 621kWh 용량의 배터리 팩 3개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약 500km를 주파할 수 있는 이 모델은 현재 생산 버전에 MCS 포트 장착을 위한 예비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이번 실증에서는 MCS 인터페이스를 실제로 장착한 프로토타입이 사용됐다.

두 대의 차량은 독일 뵈르트 암 라인 공장을 출발해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를 거쳐 스웨덴 링셰핑까지 이동했다. 경로 곳곳에 설치된 공공 및 민간 MCS 충전소에서 충전을 반복하며 다양한 충전기 제조사 장비와의 호환성을 실측했다. 주행 전 구간에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스 개발 엔지니어들이 직접 탑승해 충전 곡선, 평균 충전 출력, 인프라 전반의 성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했다.

실증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저온 환경에서의 충전 성능이었다. 테스트를 총괄한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스의 전기충전 컴포넌트 총괄 페터 치글러는 “MCS 충전의 핵심 난제는 차량과 다양한 충전 시스템 간의 정합성 확보”라며 “극한의 충전 전류가 열 관리 시스템에 가하는 부담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테스트 결과, 배터리가 충분한 작동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 영하의 혹한에서도 메가와트 범위의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회사 측은 법적으로 의무화된 운전자 휴식 시간에 충전이 이뤄지는 실제 운용 상황에서는 이 조건이 자연스럽게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일정을 마친 차량 한 대는 추가 동계 시험을 위해 핀란드 북극권으로 향했다. 현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 조건에서 진행된 이 시험은 배터리 열 관리와 차량-인프라 간 상호운용성에 대한 심층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MCS는 최대 1,000kW의 충전 출력을 지원하는 차세대 대형 트럭용 충전 표준이다. 이를 활용하면 eActros 600의 배터리를 충전 잔량 2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약 30분이면 충분하다. 현재 널리 쓰이는 CCS 방식(최대 400kW)으로는 동일 조건에서 약 한 시간이 걸린다. 충전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만큼, 장거리 물류에서의 운영 효율과 스케줄 유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다만 MCS 표준화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업계 표준화 기구 CharIN이 주도하는 이 과정에서 커넥터 인터페이스에 관한 국제표준(IEC 63379)은 올해 2월 공식 발표됐지만, 소프트웨어와 통신 프로토콜 관련 규격은 연내 완성을 목표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운용 중인 공공 MCS 충전소가 손에 꼽히는 수준에 불과한 것도 표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과 직결된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 4,000~5,300개의 공공 메가와트급 충전기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충전기 제조사와의 상호운용성 검증을 지속할 방침이다.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장거리 트럭 고출력 충전 실증 프로젝트 ‘HoLa’에도 다임러 트럭이 산업 파트너로 참여해 eActros 600을 실제 물류 환경에서 운용하는 테스트를 올해 안에 진행한다.

실제 고객 대상 시범 운행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Electrify Inbound Logistic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일 내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스 생산공장의 인바운드 물류를 전동화하는 작업에 MCS 탑재 eActros 600이 투입된다. 뵈르트 암 라인 공장에는 올 중반부터 MCS 충전소 설치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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