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브랜드 창립 이래 처음으로 내놓는 풀사이즈 전기 모터사이클 WN7이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상패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WN7이 전통 완성차 메이커의 전기 이륜차 전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WN7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은 ‘바람이 되다(Be the Wind)’다. 엔진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서 도시의 소리, 바람, 노면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구상이다. 디자인도 이 철학에 충실하다. 혼다 자신의 CB 시리즈 스트리트파이터 옆에 세워놔도 어색하지 않은 프로퍼션, 과장 없이 기능을 드러내는 실용적 표면 처리, 수평형 시그니처 라이트 바로 구성된 전면부가 그렇다. 라이트 바는 향후 혼다 전동 이륜 라인업 전체의 공통 아이덴티티로 이어질 예정이다. 블랙 바디에 골드 포인트를 더한 전용 컬러웨이도 전기 모터사이클 특유의 존재감을 만든다.
기술적으로도 독자적인 접근을 택했다. 전통적인 앞·뒤 프레임을 없애고, 차체 중앙의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가 메인 프레임 역할을 대신하는 ‘프레임리스 섀시’가 핵심이다. 배터리를 구조체로 쓰면서 경량화와 무게 중심 최적화를 동시에 달성했고, 민첩한 핸들링을 가능하게 하는 질량 집중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수냉식 인버터 일체형 모터는 WN7을 위해 새로 개발됐으며, 최고출력 50kW(약 68마력)에 최대토크 100Nm를 발휘한다. 혼다는 이를 600cc급 출력, 1,000cc급 토크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동력은 기어박스를 거쳐 벨트 드라이브로 후륜에 전달되며 정숙한 주행감과 부드러운 응답성을 제공한다.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9.3kWh 고정식 리튬이온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130~140km 주행이 가능하고, CCS2 급속 충전기로 20%에서 80%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가정용 충전기로는 3시간 이내 완충된다. 5인치 컬러 TFT 디스플레이와 혼다 로드싱크 앱 연동, 시트 아래 20리터 수납공간도 갖췄다.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되며 유럽에는 이미 판매가 시작됐다.
문제는 가격이다. 유럽 판매가 기준 약 1만7,700달러(약 2,640만 원)는 동급 전기 바이크 시장에서도, 내연기관 미들급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해외 미디어들은 “통근용으로 쓰기엔 너무 비싼 가격표”라는 반응을 내놨다. 전기 바이크의 정체성 논란을 디자인과 기술로 돌파한 WN7이 정작 더 높은 벽인 가격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결국 핵심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WN7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신제품 이상이다. 혼다라는 이름이 걸린 본격적인 전기 네이키드 바이크가 처음으로 도로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전기 이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스타트업에서 전통 완성차 메이커로 이동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