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프리랜더’로 EV 반격…중국서 판 키운다

부드러운 쿠페형 SUV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각진 차’는 여전히 팔린다. 포드 브롱코가 시장을 흔들었고, 전기차에선 리비안 R2가 테슬라 모델 Y와 정반대 지점에서 존재감을 키운다. 그리고 이번엔 재규어 랜드로버가 그 흐름에 직접 올라탔다.

랜드로버는 ‘프리랜더’를 독립 브랜드로 떼어내며 전동화 SUV 시장에 새 판을 깔았다. 과거 보급형 SUV 이름을 다시 꺼냈지만, 이번에는 라인업의 일부가 아니라 별도 브랜드다. 더 눈에 띄는 건 생산 기반이다. 체리자동차와 손잡고 중국에서 시작한다.

두 회사의 협력 자체는 새롭지 않다. 이미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차량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결이 다르다. 기존 모델을 현지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처음부터 함께 설계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첫 결과물이 ‘콘셉트 97( Concept 97)’이다. 1997년 등장한 1세대 프리랜더를 기념한 이름을 달았다. 전면은 랜드로버 디펜더를 떠올리게 하는 수직형 실루엣과 단순한 면 구성으로 정리했다. 측면 비율은 리비안 R2와 닮았지만, 수어사이드 도어 같은 과감한 요소로 차별화를 줬다. 후면 유리 형태는 초기 프리랜더의 흔적을 그대로 끌어왔다.

차체는 예상보다 크다. 길이가 약 5m(200인치)에 달해 과거 CR-V급 프리랜더와는 급이 달라졌다. 단순한 ‘엔트리 SUV’가 아니라 중대형 전기 SUV 시장을 노린다.

실내는 아직 콘셉트 단계의 색채가 짙다. 2열 시트를 접고, 뒤쪽을 감싸는 형태의 3열 벤치를 넣는 등 실험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양산 과정에서 현실적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플랫폼이다. 체리가 개발한 800V급 모듈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기차(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레인지 익스텐더(EREV)까지 모두 대응한다. 전동화 전략을 한 번에 가져가겠다는 설계다.

하지만 변수는 분명하다. 시작은 중국이다. 이후 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리지만, 관세 장벽 때문에 미국 진출은 쉽지 않다. 글로벌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실제 판매 전략은 지역별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프리랜더의 승부는 ‘포지셔닝’에 달렸다. 랜드로버보다 덜 화려하지만, 오프로더 성능과 프리미엄 감각은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이 중간 지점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가 관건이다.

각진 SUV는 이미 다시 유행이 됐다. 문제는 누가 그 흐름을 오래 끌고 가느냐다. 프리랜더가 단순한 이름의 부활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시장의 선택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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