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Kia)가 뉴욕의 다음 택시를 노린다. 2026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기아는 북미 최대 휠체어 접근 차량(WAV) 개조 업체 브론어빌리티(BraunAbility)와 손잡고 PV5 WAV 뉴욕 택시 콘셉트를 공개했다. 선명한 노란색 도장에 휠체어 픽토그램을 두른 이 전동 밴은 뉴욕 택시 역사에 새 페이지를 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뉴욕 택시의 계보는 길다. 전용 설계로 제작된 체커 캡이 시대를 풍미했고, 그 자리를 쉐보레 카프리스와 포드 크라운 빅토리아 같은 대형 미국산 세단이 채웠다. 2010년대에는 닛산 NV200 기반의 ‘미래형 택시’가 등장해 접근성을 높였지만 전동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은 토요타 시에나와 RAV4 하이브리드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그러나 완전 전동화 시대에 하이브리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기아와 브론어빌리티의 판단이다.
PV5 WAV의 핵심은 후방 램프다. 기존 WAV 모델은 측면에 램프를 달았지만, 브론어빌리티가 손댄 이 차는 리어 게이트를 열면 램프가 뒤쪽으로 펼쳐진다. 내부에는 휠체어 고정 타이다운과 탑승자 구속 장치가 기본으로 갖춰졌고, 낮은 승하차 높이가 도심 택시 운영 환경에 맞게 설계됐다. 브론어빌리티 측은 “PV5는 수직 벽면 구조 덕분에 휠체어 탑승자의 이동 공간 확보가 탁월하고, 회전 반경이 짧아 뉴욕 도심에서의 기동성도 뛰어나다”며 “현재 뉴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시에나보다 차 길이가 약 18cm 짧아 협소한 골목길 진입에도 유리하다”고 짚었다.
PV5 자체의 설계 철학도 이 용도에 잘 들어맞는다. 기아가 2025년 PBV(Platform Beyond Vehicle) 컨셉트 쇼케이스에서 공개한 모듈형 적재 공간 개념이 실제 택시 용도로 구현된 셈이다. 배터리는 43.3kWh, 51.5kWh, 71.2kWh 세 가지 구성이 가능하며, 한국에 출시된 PV5 WAV 택시 기준 주행 거리는 최대 345km에 달한다.
이 차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뉴욕시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2030년까지 모든 택시·라이드셰어 차량의 100% 무공해 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기아와 브론어빌리티는 정부 기관, 플릿 운영사, 장애인 단체 등과 협력해 뉴욕 현지 실증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대형 플릿 운영사가 사전 실사 후 주문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기아 PBV 사업 부문장 김상대 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택시 시장 중 한 곳에서 양산 준비가 완료된 컨셉트를 선보이게 돼 의미 있다”며 브론어빌리티와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컨셉트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양산 준비 완료(production-ready)’를 함께 꺼낸 것은 이 차가 단순한 쇼카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기아는 뉴욕 택시 시장을 발판 삼아 미국 PV5 출시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뉴욕 도심의 혹독한 운행 환경을 통과한다면, 미국 전역 플릿 시장을 겨냥한 본격 공세의 명분도 생긴다. PV5 WAV가 뉴욕 거리에서 노란 불빛을 켤 수 있을지는 결국 기아가 미국 시장 출시를 결단하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