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예상 밖의 반전이 나타났다. 전기차 전환에 가장 뒤처진 브랜드로 꼽히던 토요타(Toyota)의 전기 SUV 한 종류가, 포드(Ford)의 전체 전기차 라인업을 단숨에 넘어섰다. 아이오닉5로 공세를 이어온 현대차마저 뒤로 밀렸다.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의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토요타의 2026년형 전기 SUV bZ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미국에서 1만 29대 팔렸다. 전년 동기 5,610대에서 79%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포드의 전기차 판매량은 머스탱 마하-E(Mustang Mach-E) 4,600대, F-150 라이트닝(F-150 Lightning) 2,060대, E-트랜짓(E-Transit) 200대를 합쳐 6,860대에 그쳤다. bZ 단일 모델이 포드 전 차종을 합산한 숫자를 1,000대 이상 차이로 앞질렀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bZ는 같은 기간 9,737대를 기록한 프리우스마저 뛰어넘었다. 프리우스가 1분기에 1만 6,653대를 팔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간판 모델을 토요타 자신의 전기차가 밀어낸 것이다.
렉서스(Lexus) RZ도 같은 흐름을 탔다. 1분기 4,456대로 206% 급증하며 캐딜락(Cadillac)의 전 전기차 모델 판매량을 각각 따돌렸다. GM이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제너럴모터스(GM) 아래에서 이제는 토요타가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bZ4X의 실패를 딛고
bZ의 전신인 bZ4X는 출시 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다. 주행거리가 짧고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토요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6년형 bZ로 전면 개선에 나섰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정직하게 답했다.
2026년형 bZ의 기본 가격은 3만 6,350달러(약 5,470만 원)로, 전 세대 대비 2,000달러 이상 내려갔다. 최대 주행거리는 252마일에서 314마일(약 505㎞)로 크게 늘었다. 실내에는 14인치 터치스크린과 무선 충전패드,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Safety Sense) 3.0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최대 7,000달러의 추가 할인과 0% 할부 금리를 더하면서 가격 저항선을 낮췄다.
결과적으로 bZ는 1분기 미국 비(非)테슬라 전기차 가운데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 자리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쉐보레(Chevrolet) 이쿼녹스(Equinox) EV의 몫이었다.
라인업 확장, 이제 시작
bZ 한 모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토요타는 현재 미국에서 bZ, bZ 우드랜드(bZ Woodland), C-HR 세 종의 전기 SUV를 동시에 판매 중이다. 올해 안에는 3열 전기 하이랜더(Highlander)까지 라인업에 합류한다. 2027년까지 미국에서 7개 전기 모델을 갖추고, 그 중 한 종은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는 계획도 이미 발표했다.
반면 포드는 보조금 폐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F-150 라이트닝 단종을 결정했다. 한때 미국 최고 판매 전기 픽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모델이다. 2027년 전기 주행거리 확장형 후속과 3만 달러대 보급형 전기 픽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그때까지 공백은 길다.
트럼프 행정부가 7,500달러짜리 연방 세액공제를 지난해 9월 폐지한 이후, 미국 1분기 신규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 줄었다. 같은 혼란 속에서 토요타는 가격을 내리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전기차 전환의 ‘만년 꼴찌’가 깜짝 성정표를 올린 1분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