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v14.3 배포 시작…AI 컴파일러 전면 교체로 반응속도 20% 단축

테슬라(Tesla)가 완전자율주행(FSD) v14.3 업데이트를 HW4 탑재 차량에 순차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기능 추가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편에 있다. 테슬라는 AI 컴파일러와 런타임 전체를 오픈소스 컴파일러 인프라인 MLIR(Multi-Level Intermediate Representation) 기반으로 처음부터 다시 짰다. 그 결과 반응속도가 20% 빨라졌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버전 2026.2.9.6으로 배포되는 이번 업데이트는 모델 S·3·X·Y와 사이버트럭 등 HW4 탑재 차량을 대상으로 하며, HW3 차량은 지원하지 않는다.
MLIR 전면 도입, 컴파일러 커뮤니티가 먼저 반응했다

테슬라가 공식 업데이트 노트에서 특정 오픈소스 프로젝트 이름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평소 “신경망” “엔드투엔드”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즐겨 쓰던 테슬라가 이번엔 달랐다.

MLIR은 LLVM 재단 산하의 컴파일러 인프라 프로젝트로, 구글에서 출발해 현재 머신러닝 업계 전반에서 신경망을 특정 하드웨어에 최적화해 구동하는 데 쓰인다. MLIR을 설계한 인물이 크리스 래트너(Chris Lattner)다. 그는 LLVM, Clang, 애플의 스위프트(Swift)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엔지니어로, 2017년 초 테슬라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팀을 잠시 이끌다 6개월 만에 떠난 인물이기도 하다.

래트너는 v14.3 배포 소식이 알려지자 X(구 트위터)에 직접 반응을 남겼다. 테슬라가 MLIR 스택을 채택해 반응속도를 20% 끌어올렸다는 사실을 평가하며, 현대적인 컴파일러와 런타임 구현이 로보택시와 FSD가 기다려온 돌파구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설계한 프레임워크를,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팀이 채택한 결과를 직접 검증한 셈이다. 컴파일러 분야에서 그보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자는 찾기 어렵다.

자율주행 스택에서 반응속도 20% 단축은 작은 수치가 아니다. 카메라가 대상을 인식한 순간부터 차량이 실제로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같은 신경망으로도 더 일찍 제동하고, 더 빠르게 회피 기동에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플래너에 너무 늦게 도달했던 엣지 케이스 정보가 이제 제때 처리된다.

주차부터 소동물 회피까지, 장기 민원 집중 손질

컴파일러 교체 외에도 오너들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온 영역들에 대한 개선이 대거 포함됐다.

주차 측면에서는 주차 공간 선택의 결단력을 높이고 지도 위에 P 아이콘으로 목표 주차 위치를 미리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전까지는 주차장에 진입한 뒤 공간 앞에서 머뭇거리는 동작이 반복돼 불편함을 샀다. 이번 업데이트로 차량이 어디에 주차할 것인지 운전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긴급 차량·스쿨버스·진로 방해 차량 대응도 강화했다. 소동물 처리 로직도 손봤다. 강화학습(RL) 훈련 시 더 어려운 사례에 집중하고, 선제적 안전 행동에 대한 보상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테슬라는 설명했다. 이 모두가 테슬라 차량 집단 데이터에서 희귀 사례를 발굴해 훈련에 활용하는 방식의 결과다.

일시적인 시스템 저하 상황에서도 드라이버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어를 유지하고 복원하도록 개선했다. 카메라나 컴퓨트 장치의 순간적인 이상이 불필요한 개입 요구로 이어지는 문제가 줄어들 전망이다.
강화학습 훈련 고도화, 신경망 비전 인코더 업그레이드, 복잡한 교차로에서의 신호등 처리 개선, 경로 이탈 및 차선 편향 억제도 이번 업데이트에 포함됐다.

향후 적용 예정 기능으로는 목적지 처리 이외 전 행동 영역으로의 추론 확장, 포트홀 회피, 다양한 조명 조건과 안경 착용 상황을 아우르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정확도 향상 등 세 가지가 예고됐다.

UI에서 ‘오토파일럿’이 사라졌다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테슬라는 차량 내 UI 대부분에서 ‘오토파일럿(Autopilot)’ 명칭을 ‘셀프드라이빙(Self-Driving)’으로 교체했다. 컨트롤 메뉴의 ‘오토파일럿’ 탭이 ‘셀프드라이빙’으로 바뀌었고, ‘오토파일럿 기능’도 ‘셀프드라이빙 기능’으로 변경됐다. TACC, 오토스티어, FSD는 그 하위 항목으로 유지된다.

컴파일러 교체는 ‘쉬운 승리’인가

반응속도 20% 단축은 같은 하드웨어에서 추론 지연시간을 줄인 것이다. 신경망이 새로운 능력을 갖춘 게 아니라, 기존 능력을 더 빨리 실행하게 됐다는 의미다. 테슬라 FSD가 여전히 운전자 상시 감독을 요구하는 레벨 2 시스템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러 도시에서 완전 무인 상업 서비스를 운영 중인 웨이모(Waymo)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이번 업데이트가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연시간 단축은 쌓이는 성과다. 컴파일러 교체로 20%를 확보했다면, 테슬라는 그 여유분을 다른 개선에 투자할 수 있다. 래트너가 이 수치를 의미 있다고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FSD 개발은 두 걸음 전진 후 한 걸음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훈련 데이터가 한 가지 동작을 개선하는 동시에 안정적이었던 다른 동작을 퇴행시키는 것은 머신러닝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

HW3 탑재 차량 오너들에게는 이번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HW3 차량을 위한 ‘FSD v14 라이트’를 2026년 6월 말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v14.3이 진짜 성과를 냈는지는 실도로 주행 데이터가 쌓여야 판단할 수 있다. 지금 확실한 것은 하나다. 테슬라가 이번만큼은 마케팅 문구 대신 엔지니어링 언어로 말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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