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제너럴 모터스)이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기술에서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고체 전지, 나트륨이온, 실리콘 음극 등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집중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주행거리, 충전 성능, 비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GM의 첨단 배터리 셀 엔지니어링 디렉터 쿠샬 나라야나스와미(Kushal Narayanaswamy)는 최근 InsideEVs와의 인터뷰에서 “R&D 팀은 다양한 고체 전지 기술뿐 아니라 나트륨이온 배터리, 실리콘 음극 등 총 7가지 화학 조합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적 배터리 기술 내재화
GM은 배터리 공급사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셀 설계부터 차량 통합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2022년 미시간 워렌에 설립된 *월리스 배터리 셀 혁신 센터(Wallace Battery Cell Innovation Center)*다. 해당 센터는 프로토타입 제작부터 대용량 셀 테스트, 양산 확장까지 담당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리튬 망간 리치(LMR) 배터리다. GM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18개 버전의 대형 셀 300개를 독자적으로 제작 및 테스트했으며, 이후에야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에 기술을 공유했다. 이 기술은 2028년 첫 양산차로 선보일 예정이며, 400마일(약 644km)이 넘는 주행거리와 경량화, LFP 수준의 생산 단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트륨이온: 저가형 대안으로 주목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희토류 사용이 없고 추운 날씨에 강하며 원재료 단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리튬보다 약 400배 풍부한 나트륨은 톤당 약 150달러로, 리튬(5,000달러) 대비 경제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닌다. 중국은 이미 2024년부터 시판 전기차에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전기 이륜차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나라야나스와미는 “GM도 기술적 역량은 갖추고 있으나, 실제 적용은 공급망 및 활용처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고체 전지: ‘배터리의 성배’를 향한 도전
고체 전지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구조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충전 속도 측면에서 이상적인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상용화는 기술 난도와 생산 공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벤츠와 BMW는 프로토타입 차량에 고체 전지를 탑재해 테스트 중이며,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젤 타입의 세미-고체 전지가 일부 전기차에 도입됐다. GM은 아직 고체 전지의 상용화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활발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리콘 음극: 그래파이트의 한계 돌파
현재 EV 배터리의 음극재는 주로 흑연(graphite)이 사용되지만, 실리콘을 더하면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수명 저하가 발생하는 것이다. GM은 실리콘 비중을 높인 대용량 자동차용 셀을 월리스 센터에서 시험 중이며, 향후 자사 전기차에 통합할 예정이다.
한편 GM은 배터리 기술 연구를 정치 환경과 무관하게 지속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세제 혜택 및 제조 지원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나라야나스와미는 “정책과 무관하게 기술 개발은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