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FSD)’의 새로운 버전인 V14.1 업데이트 배포를 시작했다. 약 1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개편으로, 지난해 말부터 개발해온 로보택시용 소프트웨어의 일부 기능이 일반 차량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말 테슬라는 HW4(하드웨어4) 탑재 차량을 대상으로 FSD V13을 배포한 이후, 눈에 띄는 기능 개선이 거의 없었다. 그동안 테슬라는 ‘로보택시 서비스’ 준비에 인력을 집중해왔으며, 이번 v14는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엘론 머스크 CEO는 수개월 전부터 이번 업데이트를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발견된 오류로 배포가 한 차례 지연됐다. 현재 HW4 차량부터 순차적으로 다운로드가 진행 중이다.
주요 개선 사항
새 버전에서는 주행 경로와 주차 위치를 세분화해 선택할 수 있다. 운전자는 목적지 도착 시 차량이 주차장, 길가, 차도, 주차건물, 자택 진입로 중 어디에 정차할지 지정할 수 있다.
또한 비상차량(경찰차, 구급차, 소방차 등) 출현 시 차량이 자동으로 양보하거나 정지하도록 처리 로직이 추가됐다. 도로 차단이나 우회로 상황도 시각 인식 기반 네트워크로 실시간 판단해 대응하도록 개선됐다.
주행 스타일도 보다 다양해졌다. 기존 ‘CHILL’보다 더 보수적인 주행을 하는 ‘SLOTH’ 모드가 새로 추가됐으며, 운전 성향에 따라 차량의 속도와 차선 변경 빈도가 달라진다. 조향휠의 우측 스크롤 조작으로 주행 성향을 바로 조정할 수도 있다.
도로 위 장애물(타이어, 나뭇가지, 상자 등) 인식과 회피 성능이 강화됐으며, 무단횡단 구간, 교차로, 차선 변경, 학교 버스 주변 주행 등 세부 시나리오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카메라 관련 기능도 눈에 띈다. 전방 카메라를 빠르게 세척하는 자동 협폭 분사 시스템이 추가돼, 주행 중 오염이 감지되면 스스로 렌즈를 정화한다. 내부 유리의 이물질이 감지될 경우, 서비스센터 방문을 안내하는 알림도 표시된다.
‘감시된 자율주행’의 범위
테슬라는 이번 업데이트를 ‘FSD(감시된 자율주행, Supervised)’라 명명했다. 차량이 출발부터 주차까지 대부분의 주행을 수행하지만, 운전자는 여전히 주의 깊게 주변을 관찰해야 한다. 시스템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운전자는 터치스크린의 ‘Start Self-Driving’ 버튼을 누르거나 조향휠의 우측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브레이크로 별도 확인을 요구하던 ‘Brake Confirm’ 절차는 기본값으로 비활성화됐다.
인터페이스 변화
주행 중에도 화면에서 바로 속도 프로필, 도착 옵션을 조정할 수 있으며, 주차 위치나 정차 방식은 목적지별로 자동 저장된다. 테슬라는 이를 “로보택시식 하차 경험”으로 설명하며, 차량이 목적지 환경을 인식해 합리적인 정차 지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FSD v14는 기능보다 완성도와 안정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업데이트로 보인다. 테슬라가 수년째 강조해온 ‘완전 자율주행’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로보택시 시스템과 소비자용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