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2만 유로 이하 전기차 선언… 값싼 LFP 배터리로 전기차 대중화 추진

르노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혁신’을 선언했다. 회사는 중국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전 차종에 도입해, 2028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용을 최대 4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르노는 한때 ‘조에(ZOE)’로 유럽 전기차 시대를 연 선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BYD, MG, 테슬라 등 경쟁이 급격히 심화되면서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르노는 비싼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 대신,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택했다.

프랑수아 프로보스트(François Provost) 르노 CEO는 최근 뮌헨 모터쇼에서 “내년부터 르노 전 차종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것”이라며 “전기차를 다시 대중의 선택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LFP 배터리는 NMC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다소 줄지만, 원재료 비용이 훨씬 적고 안전성이 높다. 2024년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75%가 이 배터리를 사용한 것도 이런 이유다.

르노의 전동화 전략은 2023년 설립된 자회사 ‘앰페르(Ampère)’가 주도한다. 앰페르는 LFP 도입과 함께 ‘셀 투 팩(Cell-to-Pack)’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단가를 2027년까지 40% 낮출 계획이다.

이 전략의 첫 모델은 차세대 트윙고 전기차다. 르노는 해당 모델의 가격을 2만 유로(약 2,900만 원) 미만으로 책정해, 다치아 스프링(Dacia Spring)이나 BYD 돌핀 미니 등 소형 전기차와 정면으로 경쟁할 예정이다.

또 다른 핵심은 ‘르노 5 E-테크(Renault 5 E-Tech)’다. 현재는 40kWh·52kWh 리튬이온 배터리 버전만 판매 중이지만, 앞으로 LFP 버전이 추가돼 가격이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신형 르노 5의 기본형 ‘E-Tech Five’는 24,950유로(약 3,600만 원)부터 시작하며, 보조금 적용 시 16,700유로(약 2,400만 원)까지 낮아진다. WLTP 기준 310km 주행거리와 95마력 출력을 갖춘 이 모델은 르노가 내세우는 ‘합리적인 도심형 전기차’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유럽 내 배터리 공장 대부분은 NMC 생산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어, LFP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르노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등과 협력하고 있지만, 당분간 아시아 공급망 의존이 불가피하다.

프로보스트 CEO 역시 “유럽에서 중국 업체 수준으로 LFP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유럽 내 신규 배터리 공장은 높은 불량률과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르노가 전기차 생산비를 40% 줄인다 해도, 그 절감분이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BYD나 MG처럼 ‘가성비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르노 역시 가격 인하로 응답할 수밖에 없다.

LFP 채택은 주행거리 감소와 공급망 리스크라는 단점이 있지만, 동시에 전기차의 대중화를 현실로 만드는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다. 르노가 이번 전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전기차는 다시 한 번 ‘모두의 차’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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