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00만 대 이상의 사전 예약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연간 25만 대 생산을 자신했던 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2025년 들어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이버트럭의 누적 판매량은 16,097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판매량인 25,974대와 비교해 38%나 감소한 수치다.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1분기 6,406대를 시작으로 2분기에는 4,306대까지 떨어졌고, 연방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3분기에 5,385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이는 지난해 3분기(14,416대) 실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총판매량은 2024년의 약 5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2만 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부진한 판매 실적에 테슬라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그 해결책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다른 회사인 스페이스X와 xAI에서 나왔다. 최근 수백 대의 사이버트럭이 스페이스X의 스타베이스 시설로 운송되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인공지능 기업 xAI의 사무실에도 대량의 사이버트럭이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트럭의 수석 엔지니어인 웨스 모릴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내연기관 지원 차량들이 사이버트럭으로 대체되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그림의 일부였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판매 부진으로 쌓인 재고를 계열사를 통해 소진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이버트럭의 부진 원인으로 가장 큰 특징이었던 급진적인 디자인이 오히려 대중적인 픽업트럭 구매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한, 기존 가솔린 트럭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일론 머스크의 논란이 많은 행보 역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사이버트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대중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그 미래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