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오토파일럿 안전 보고서’에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의 안전 지표가 3분기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구성 방식이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지만, 수치상으로는 명확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과 풀 셀프 드라이빙(감독형) 시스템의 안전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분기별로 ‘충돌까지 주행 거리’를 기준으로 한 자체 통계를 발표해왔다. 이 통계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 ▲비활성화된 상태 ▲미국 평균 주행 데이터를 비교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세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보고 방식이 전적으로 테슬라의 자가 보고(self-reported)에 의존한다. 에어백이나 안전벨트가 작동한 사고만 집계하고, 경미한 접촉 사고나 전체 주행 거리(VMT)는 공개하지 않는다.
둘째, 오토파일럿이 주로 제한된 고속도로에서 사용된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는 도심 도로보다 원래 사고율이 낮아, 단순 비교 시 실제보다 안전하게 보일 수 있다.
셋째, 테슬라 운전자층이 일반 운전자보다 사고 위험이 낮은 집단에 속한다는 점이다. 신차 보유 비율이 높고, 기술 친화적인 중상위 소득층이 많아 통계상 유리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안전 보고서가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시간에 따른 자체 변화’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한동안 데이터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다시 공개하면서 이전 수치를 수정해 신뢰성 논란이 커졌다.
그럼에도 이번에 공개된 최신 수치는 오히려 테슬라에 불리한 결과를 보여준다.
테슬라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오토파일럿을 사용한 차량은 평균 636만 마일(약 1,024만 km) 주행당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오토파일럿을 사용하지 않은 차량은 99만3,000마일당 1건의 사고가 보고됐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연방고속도로청(FHWA)의 2023년 자료에서는 전체 평균이 약 70만2,000마일당 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오토파일럿을 사용할 때 더 안전하다는 기존 테슬라의 주장과는 달리, 연속 세 분기 동안 사고 간 주행 거리가 줄어든 것으로, 안전성이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오토파일럿은 사람보다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 수치를 “9배”로 낮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표현 역시 부정확하다고 지적한다. 오토파일럿이 여전히 운전자 주시를 필요로 하는 ‘보조 시스템’인 만큼, 실제로는 “오토파일럿 + 인간 운전자의 합산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개입해 사고를 막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테슬라조차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치의 의미를 “오토파일럿의 성능 저하”로 보고 있다. 특히 계절에 따라 사고율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할 때, 동일 기간의 연도별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이번 보고서에서도 자율주행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주요 매체 일렉트렉(Electrek) 은 “이번 데이터는 단순히 오토파일럿이 점점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추세야말로 테슬라가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