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고체전지 상용화’ 시계 앞당긴다… 미국 스타트업 손잡고 차세대 배터리 생산 가속

닛산의 전성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실적 부진과 판매 감소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구조조정에 나섰고,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 신차 투입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회생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닛산은 여전히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고체전지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일본 니케이에 따르면 닛산은 최근 고체전지 시제품이 목표 성능에 도달했으며, 이를 양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리캡 테크놀로지(LiCAP Technologies)’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리캡은 기존의 습식 코팅 공정을 대체하는 ‘드라이 전극(dry electrode)’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제조 시 활물질과 첨가제, 바인더를 용매에 섞어 슬러리를 만든 뒤, 이를 금속 집전체(알루미늄·구리)에 도포하고 고온에서 건조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드라이 전극 방식은 용매를 완전히 제거해 분말 형태의 원료를 그대로 압착해 전극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공정 단계를 줄이고 에너지 소모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대규모 생산에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배터리 업체들은 관련 기술을 극도로 비밀리에 다루고 있다.

닛산은 올해 초부터 고체전지 시험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있으며, 리캡 역시 캘리포니아에 연간 300메가와트시 규모의 드라이 전극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닛산이 목표로 하는 배터리 생산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75달러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배터리 팩 가격인 115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대량 생산과 효율화가 전제돼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리캡은 중국 배터리 대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 내 여러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폭스바겐이 지원하는 캘리포니아의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는 최근 고객사에 준양산급 고체전지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매사추세츠의 팩토리얼(Factorial)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스텔란티스와도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닛산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미래 전기차 경쟁의 핵심 무대에서 다시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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